2012년 산업안전분야 영광의 얼굴들

무재해 목표로 안전보건활동 적극 전개
근로자들과의 소통 강화해 안전문화 조성 앞장

달인(達人)이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는 사전적으로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해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만큼 달인이라는 호칭을 얻기까지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대내·외적인 공신력이 바탕이 되지 않고는 절대 달인이라고 불릴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달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산업현장에도 존재한다. 바로 지난해 1월부터 선정되기 시작한 ‘산재예방달인’이 그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기업, 재해예방단체 등 각계의 안전보건관련 업무 종사자 가운데 산업재해예방에 지대한 공헌이 있는 이들을 발굴해 그 활동사례를 적극 전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도 1월부터 현재까지 총 11명이 달인이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그들이 어떻게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을 확보해 나갔는지 정리해 봤다.

직업병 예방 활동 적극 전개

올해의 첫 산재예방달인으로는 고려대의료원 안산병원 산업의학센터 박종태 교수(경기서부 근로자 건강센터장)가 선정됐다.

의사의 길에 들어선 이후부터 계속해서 직업병 예방 및 연구활동에 매진해 온 그는 지난해 일종의 전환기를 맞게 된다. 경기서부 근로자건강센터의 수장직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활동에 나선 것이다.

구체적으로 박 교수는 외국인근로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일용직 등 취약계층 근로자들에게 건강센터 이용을 적극 권장하는 한편 양질의 직업건강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그는 업종별 재해예방 업무매뉴얼을 개발·보급하는 가운데 건강증진 사업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시스템의 연계방안에 관한 연구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통해 근로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앞장섰다.

철강업계 최초 안전보건관리 전산운영시스템 개발·적용

동국제강(주) 포항제강소 서성화 안전관리자는 2월의 산재예방달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1984년부터 28년간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며 남다른 소신과 열정으로 재해예방에 앞장서 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철강업계에서 최초로 안전보건관리 전산운영시스템을 개발·적용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아울러 서성화 안전관리자는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베이스(DB)를 근로자들의 교육훈련에 활용해 나갔다. 그만큼 실효성 높은 안전활동을 전개한 것이다. 현재까지 구축된 안전보건 자료만 해도 16개 항목에 걸쳐 3,131개에 달할 정도다.

동국제강(주) 포항제강소가 무재해 3배수(694일)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제공한 것이 바로 서성화 안전관리자인 것이다.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 파수꾼

3월의 산재예방달인 수상자로는 한국건설안전(주) 이진섭 대표가 선정됐다.

이 대표는 재해예방전문지도기관인 한국건설안전(주)을 운영하면서 건설현장의 재해예방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그는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건설업 사고성재해 집중관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소규모 건설현장의 재해감소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이 대표는 중소규모 건설현장에 맞는 위험성 평가기법을 자체적으로 개발했으며 기초공사, 굴착공사, 구조물공사, 마감공사 등 공사 단계별 안전매뉴얼을 제작해 현장에 적용시키면서 안전사고를 예방했다.

영세기업에서 대기업수준의 안전관리 전개

우리나라에서 산업안전과 관련된 현안 중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이 중소기업의 산업재해 문제다. 전체 산 재 중 대부분이 이들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업무상사고 재해자(86,045명) 가운데 84%가 5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또 사고성 사망자 역시 이들 사업장에서만 74%가 발생했다. 즉, 소규모 산업현장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4월의 산재예방달인인 고동린 전무가 근무하고 있는 경림산업(주)은 여기서 제외된다. 1993년 7월부터 현재까지 무재해가 계속된 그야말로 안심일터인 것이다.

고 전무는 안전에 대한 특별한 철학과 관심을 갖고 대기업 이상의 수준높은 안전경영을 실천했다. 사업장 전체에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18001)을 구축·운영할 정도다.

또한 고 전무는 작업장의 모든 작업공정마다 작업표준서를 부착하고 근로자들로 하여금 그에 맞게 작업을 실시하게 했다. 아울러 그는 독자적인 교육기법을 개발해 근로자들이 좀 더 쉽고 흥미롭게 안전을 체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감성 안전경영으로 근로자 안전의식 함양

5월 산재예방달인으로는 최고경영자가 선정됐다. 바로 (주)앤피티 양재우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주)앤피티는 근로자가 43명인 소규모 기업(전기도금업)이지만 양재우 회장은 안전보건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그만의 독특한 ‘감성 안전경영’을 전개해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높여 나갔다.

양재우 회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기계·기구, 설비에 대한 과감한 자동화 투자이다. 도금 작업장소에 에어부스 자동라인을 설치해 도금 공정의 작업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따라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또 양 회장은 3D업종인 도금업체의 특성상 외국인근로자가 많이 근무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개발·운영해 나갔다.

시스템 안전관리의 선도자

6월의 주인공인 선주토건(주) 조봉수 안전관리자는 전문건설업체 안전관리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달인이라는 호칭을 받았다.

조봉수 안전관리자는 2000년부터 13년간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재해예방에 힘써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는 주로 종합건설업체에서 도입·운영되고 있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2007년에 소규모 전문건설업체에 처음으로 신청·도입하는 등 시스템 안전관리의 선도자라고 불린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법 준수사항이나 건설기계 안전규정 등이 수록된 건설기계 안전소책자를 각 현장 특성에 맞게 자체 제작하고, 현장별로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개선책을 수립·시행하는 위험성평가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갔다.

안전은 전문성과 열정에서 출발

7월 산재예방달인의 영예는 현대중공업(주) 문성창 기원에게 돌아갔다.

문성창 기원은 1982년부터 30년간 현대중공업(주)의 해양안전부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유해위험성이 높은 해양공사의 재해예방에 앞장서 온 주인공이다.

그는 무엇보다 사업장의 안전교육을 크게 강화해 시행했다. 매주 월요일에는 과별 안전교육, 매주 금요일에는 팀·반별 안전교육 등을 전사적으로 실시하는 가운데, 신규채용자 및 외부 협력업체 근로자를 대상으로는 안전체험관의 교육이수(2009년 17,084명, 2010년 21,400명, 2011년 18,543명)를 의무화했다.

그리고 공사 진행과정에서 크고 작은 화재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분석에 따라 소방훈련 외에도 소방차 살수훈련, 공기호흡기 착용훈련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대처능력을 키우기도 했다.

국내 제조업 최초로 자율안전보건관리시스템 도입

소음, 분진, 근골격계 부담 작업 등 단위작업별로 유해성평가 프로세스를 구축해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해 온 관리자, 제조업에서 최초로 BS8800(영국표준협회에서 개발한 안전보건관리시스템)에 기반을 둔 자율안전보건경영체제를 도입한 관리자. 또한 화학물질(제품) 도입 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전산시스템 등록을 의무화한 관리자.

이 같은 철저한 안전관리를 펴온 이가 바로 8월의 산재예방달인 한상홍 (주)포스코 광양제철소 부총괄이다. 그는 1991년부터 21년간 (주)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작업환경측정·관리 등 안전보건업무를 수행하면서 근로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한 부총괄은 현장의 작업환경유해요인(화학물질, 분진, 소음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그에 따른 작업장의 위험도를 평가해 나갔다. 이렇게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산재예방활동과 위생 관리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추락방지시설 개발 등 건설재해예방에 앞장

9월의 산재예방달인으로 선정된 현대엠코(주) 김영길 과장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1991년 첫 직장인 모 제조업 공장에서 입사 8일 만에 엄지손가락이 드릴링머신에 말리는 산재를 겪은 것이다. 이후 힘겹게 산재의 아픔을 극복한 그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근로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일념으로 진로를 변경해 산업안전업무를 시작했다.

그 결심은 1997년 현대산업개발을 거쳐 2002년 현대엠코에 입사해 근무하고 있는 현재까지 15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결국 안전 전문가라는 명성을 쌓게 됐다.

그는 특히 건설현장의 다발재해인 추락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시설을 자체 개발하는 등 건설재해예방에 앞장섰다.

작업할 때 발코니 안전난간 이외에 추가로 생명줄을 연결할 수 있는 벽면 고정형 추락방지 시설, 안전모에 보안경을 추가한 일체형 안전모 등은 그가 개발한 대표적인 것들이다. 아울러 김 과장은 전문적인 안전업무 수행을 위해 학업을 계속해 현재 안전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기도 하다.

안전절차 개발·적용, 협력업체 기술지도 앞장

10월 산재예방달인 수상자로는 한국중부발전(주) 서울화력발전소 송기현 차장이 선정됐다.

1991년 보령화력본부에서 안전업무를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21년째 안전업무를 담당해 오고 있는 송 차장은 전문성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개발에 매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송 차장은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성 및 기술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신념 아래 산업안전과 관련된 각종 자격증을 꾸준히 취득하는 한편 안전강사 심화과정, 유해위험 방지계획서 및 공정안전보고서 운영과정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얻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그는 공정별로 위험성 평가기법을 적용시키고 22개에 달하는 안전절차서를 개발하는 등 사업장 안전관리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송 차장의 노력에 힘입어 서울화력발전소는 1980년부터 현재까지 무재해 23배(31년 8개월)를 달성할 수 있었다. 31년 8개월 무재해 기록은 전국 25,000여개 무재해 추진 사업장 중 최고의 기록이다.

안전은 기술이 아닌 마음

 

㈜포스코엠텍 광양사업소의 김일곤 안전관리자는 올해 마지막 산재예방달인이다.

김 안전관리자는 1997년 포스코엠텍에 입사해 10년간 현장 업무를 수행한 후 2006년부터 현재까지 안전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Line)과 안전팀(Staff)의 역할 및 책임을 명확하게 구분한 것은 물론 안전보건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특히 그는 아차사고사례를 적극 발굴하고 사고위험이 줄어들 수 있도록 ‘5Step 활동’을 적극 추진했다. 이는 체험·시스템 등록(아차사고 체험자), 개선계획 수립(해당 파트장), 개선 실시(담당 주임), 적합성 검증 및 전파교육 실시(안전팀), 개선에 대한 격려(조업팀장) 등으로 이뤄진다.

또 그는 아차사고 개선 우수사례 발표대회를 연 1회, 안전행동 관찰활동 경연대회를 연 2회 개최하는 등 개방과 소통의 안전문화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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