責人不當刻削 發言令有餘地(책인부당각삭 발언영유여지)

사람을 나무랄 때에는 너무 각박하게 하지 말아야 하고,
말을 할 때에는 여지를 남겨 두어야 한다.

이만도(李晩燾 1842~1910) <우파거사 김공 광지(愚坡居士金公壙誌)>《향산집(響山集)》

위의 글은 향산(響山) 이만도(李晩燾) 선생이 우파거사(愚坡居士) 김진린(金鎭麟 1825~1895) 공의 광지(壙誌)*를 쓰면서 거사가 평소 강조하던 말씀을 소개한 것이다.

향산 선생은 일제의 조선 침탈 야욕이 본격화될 무렵 의병장으로 활약했고,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자 24일간의 단식 끝에 순국하신 분이다.

‘사람을 나무랄 때에는 너무 각박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은 상대가 잘못을 범했을지라도 그에 대한 질책이 지나치면 오히려 반발심을 부르게 되니 너무 각박하게 질책해 궁지로 몰지 말고 부드러운 말로 타일러 훗날 선하게 교화될 가능성을 열어놓자는 뜻일 것이다.

‘말을 할 때에는 여지를 남겨 두어야 한다’는 말씀은 어떤 말이든 단정 짓거나 쉽게 결론을 내려 뒷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고치려 해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새해가 밝았다. 어르신들은 덕담으로 젊은이들의 앞날을 축복하고 훈계의 말로 바른길로 인도한다. 그러나 훈계가 지나쳐 듣는 사람을 부담스럽게 하거나 반발심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될 것이다. 새해가 되어 목표를 세우고 이를 여러 사람 앞에 공표하는 것도 좋지만, 책임지지 못할 약속을 터뜨려 놓고 뒷감당을 하지 못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독설로 인기를 끌던 어느 연예인은 자신의 독설과 말실수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방송계를 떠났다. 독설은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말한다 해도 듣는 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또 그 독은 세상을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 함부로 단정 짓지 않는 말, 상대에게 상처 주지 않는 말, 듣는 이를 배려하는 말이 필요한 시대다.

■ 광지(壙誌): 죽은 사람의 이름, 신분, 행적 따위를 기록한 글.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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