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학의 향기

말을 타고 유유히 가다서다 하노라니, 돌다리 남쪽 가에 작은 시내 맑기도 하다
그대에게 묻노니 봄 구경 언제가 좋은가, 꽃은 피지 않고 풀이 돋으려 할 때이지
(騎馬悠悠行不行, 石橋南畔小溪淸, 問君何處尋春好, 花未開時草欲生)

윤휴(1617~1680)「만흥」『대동시선(大東詩選)』

이 시에서 저자는 아직 꽃이 피지 않고 풀이 막 돋아나려 할 때가 봄 경치 중에서 가장 좋다고 자문자답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봄꽃이 만발하고 날씨도 화창한 때가 더 좋을 듯 하지만 심미안을 가진 시인의 눈에는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이 시를 쓸 때 저자의 나이가 25세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 시를 이해하는 단서는 저자가 쓴 금강산 기행문 ‘풍악록(楓岳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저자가 지인들과 함께 가을 금강산을 유람하고 있었는데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아직 단풍이 완연히 물들지 않아 가을 산행이 좀 이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이에 저자는 “꽃은 떨어질 때 보고 싶지 않고 술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천지 만물의 이치가 최고조에 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세상에서 부귀와 번화(繁華), 성색(聲色)을 누리는 자들은 특히 이 이치를 알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때 함께 언급한 시가 바로 위의 시이다.

저자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 보면 이 시는 단순히 봄의 풍경만을 읊은 것이 아니다. 그는 꽃이 활짝 필 때까지 기다림이 남아 있는 봄날의 시간에 주목한 것이다.

아직 차가운 날씨지만 화사한 햇살이 봄을 알리고 있다. 풀이 돋아나는 이른 봄의 생생한 기운을 만끽하며 꽃이 만발할 봄의 절정을 기대해보자.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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