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학의 향기

思而雖得 言之有時 匪時則妄 矧女弗思
(사이수득 언지유시 비시즉망 신여불사)

생각해서 좋은 말을 얻더라도 때에 맞게 해야 한다.
때에 맞지 않으면 망언이 되거늘 하물며 생각지도 않고 내뱉으랴.

강박(姜樸, 1690~1742) 「사잠사명(四箴四銘)-신언잠(昚言箴)」『국포집(菊圃集)』

살다보면 말 때문에 탈이 나는 경우가 참 많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자신도 영문을 모르고 실수하게 되는 것이다. 예로부터 말을 삼가라는 내용의 잠언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윗 글도 말에 대한 경계를 나타낸 잠언 중의 하나다. 옛 말에 세 번쯤 생각하고 나서 말을 하라는 경구도 있는데, 이 잠언에서는 ‘때’라는 한 가지 요소가 더해졌다. 고심해서 좋은 말을 생각했더라도 때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적절한 때에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시기적절한 말은 나와 남에게 두루 득이 되지만 때를 놓치거나 때에 앞서 말하는 바람에 빈말이나 망언이 되곤 한다. 애써 생각해 낸 좋은 말이 무위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특히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 대한 충고나 어떤 사안에 대한 지적과 대책이 되는 경우 이 ‘때’라는 것은 더욱 중요해진다. 말을 듣는 상대가 그것을 받아들일만한 준비가 돼 있는 ‘때’, 내 말이 이해되고 실현될 수 있는 여건들이 충분히 무르익은 ‘때’. 이런 시점을 찾기가 어찌 보면 좋은 말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행위나 통쾌하게 한 마디 말을 던지는 일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수많은 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와 남의 관계는 주로 이 말을 통해 형성된다.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가 아닌 말은 아무리 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심 끝에 적절한 말을 찾고, 그 말을 해야 할 적절한 ‘때’를 찾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자료제공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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