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훈 방재시험연구원장

 


화학물질로 인한 화재, 폭발, 누출 등 대형사고에 대한 사회 각계의 관심이 어느때 보다 높다. 지난해 연말부터 전국적으로 이들 사고가 빈발하자 정부에서는 관련 제도와 법령을 제·개정하는데 박차를 가했고, 사고의 우려가 높은 화학 및 전자·반도체업계 대표들은 간담회를 통해 안전관리를 강화할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화재보험협회(이사장 이기영) 부설 방재시험연구원은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화재전문 시험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지난 1986년 4월 설립된 이곳은 1995년 국내 최초로 화재안전분야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으로 인정을 받았고, 현재는 400여종의 첨단 시험연구 장비를 구축하고 있는 등 그동안 화재안전점검 기술력 향상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방재시험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윤진훈 원장을 만나 앞으로의 활동계획과 그만의 안전신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방재시험연구원이 설립된 이래 수행해 온 주요 활동과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방재시험연구원은 ‘방재기술의 세계화’, ‘보험산업의 과학화’를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입니다. 이에 따라 방화제품에 대한 안전성 시험은 물론 최신의 방재기술 연구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방재기술교육, 화재안전분야 국제표준 개발, 화재원인조사, FILK 인증제도 등의 업무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들어 연구원에서는 점검기술의 과학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시험연구 결과와 최신의 안전점검기술을 융합해 보다 체계화된 점검기법을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안전분야의 新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연구원은 방재기술 향상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Q.최근 산업현장에서 화재·폭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산업현장은 물론 우리네 생활에서도 전기와 가스는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용의 편리성, 저렴한 가격 등으로 인해 다른 에너지에 비해 그 사용이 확대된 것이지요.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안전관리 측면에서 보면 사용량, 빈도가 늘면서 그만큼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지요. 즉 화재와 폭발 같은 재해로 인한 인명, 재산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에 앞서 재해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야합니다. 이와 관련해 저는 가장 먼저 부주의를 꼽고 싶습니다. 사실 과거의 화재·폭발 사고는 주로 설비결함에 의해 발생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비·보수 작업 시 안전수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등 작업자의 실수나 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즉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켰다만 재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위험한 작업이 하도급으로 진행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유해·위험설비에 대한 청소·유지·보수작업 등을 전문성이 부족한 소규모 영세업체가 맡으면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청의 책임을 앞으로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안전관리를 비용측면에서 바라보는 일부 경영진들의 태도도 사고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안전관리는 그 업무 특성상 성과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단면들을 보고 일부 경영진들은 안전관리가 필요 없다는 인식을 갖고, 안전활동과 관련된 인력과 예산을 줄이기도 합니다. 이런 안전불감증 때문에 현장 근로자들과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입니다.

Q.초고층건축물, 석유·화학공장 등 고위험 시설에서의 화재·폭발 사고 예방을 위해 시급히 수립·시행돼야 하는 정책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사실 초고층건축물, 화학공장 등에서는 화재·폭발, 독성물질의 누출과 같은 중대 산업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 사고는 단 한번만 일어나도 엄청난 피해를 야기시킵니다.

구미불산 사고와 같이 그 피해가 사업장 내에 국한되지 않고 사업장 밖의 인근 주민이나 주변 환경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관심이 모아져 있는 것이지요.

이에 국민안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험물과 이를 취급·저장하는 공정 설비에 대해 위험성 평가가 실시돼야 합니다. 즉 위험요인을 적극적으로 발굴 개선하는 가운데 안전점검을 통한 사고예방활동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활동에 노사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전활동은 어느 한 쪽의 관심과 노력만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Q.안전에 대해 원장님께서 갖고 계신 신념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전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더 안전할수록 많은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행복은 느끼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행복은 강도보다는 빈도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하루에 단 한번 크게 행복감을 느끼는 것보다 조그만 일에도 자주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안전입니다. 매사가 불안전하다면 어떻게 행복감을 인지할 수 있겠습니까. 즉, 위험이 없고 말 그대로 건강해야만 행복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Q.산업현장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보다 활성화됐으면 하는 정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우수한 방화제품개발 및 성능검증과 더불어 화재예방교육도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고 시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안전의식을 제고시키기 위한 것이지요. 또 여기에는 안전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화재예방교육은 우리나라 산업시설 및 대형 건축물의 안전성 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만큼 안전교육은 중요한 것이지요.

아울러 저는 안전과 관련된 민간부분의 역할의 더욱 활성화돼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인력, 예산만으로 전국적인 산재예방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즉 중앙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민간 안전유관기관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Q.마지막으로 소방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출국가로 우뚝 섰습니다. 하지만 방재분야는 아직 미약한 수준입니다. 방재 관련 제품시장의 경우 내수 위주로 형성돼 있는 것은 물론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제품에 잠식당할 우려도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방재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즉 제조업체들이 법적 규제를 통과하는 수준의 제품 개발·생산에 만족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계시장에서 기술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고품질, 고기능의 제품개발에 나서야 합니다.

방재시험연구원 또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최고의 기술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업들이 기술력을 쌓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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