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양산컨트리클럽 대표이사

양산컨트리클럽의 이정규 대표이사는 산업안전의 산증인이며 살아있는 역사로 통한다.

1985년 우리나라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처음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안전업무를 시작, 지난 29년간 제조업과 건설업을 오가며 산업안전의 모든 것을 경험했다.

또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해예방전문기관인 대한산업안전협회에서 1980년에 대위원으로 활동했던 것을 비롯해 1988년에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최초로 신입직원의 OJT를 담당했고, 2006년부터 지난해인 2009년까지는 건설안전협의회 9대와 10대 회장직을 역임한 열혈 안전인이다.

이렇게 안전전문가로 명성을 날리던 이정규 대표이사는 지난해 양산컨트리클럽의 전문 경영인으로 거듭났다. 그동안의 안전을 담당해오면서 마음속에 그려왔던 안전경영을 유감없이 펼쳐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번 호 세이프티 인터뷰 코너에 이정규 대표이사를 초대, 안전과 CEO와의 관계, 그리고 우리나라 산업안전문화가 나아가야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대표님께서는 우리나라에서 전문 경영인(CEO)으로 성공한 최초의 안전관리자로 후배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처음 안전업무에 발을 딛어 놓은 때는 삼성그룹에 우리나라 최초로 전문 안전과가 설치된 1980년 12월이었습니다. 그 이후 95년 한솔건설과 인연을 맺으며 안전관리자로서 활동을 해오다 지난해부터 이 곳 양산컨크리클럽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안전관리자가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만도 분명 아닙니다. 산업안전에 있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후배들이 많은데, 안전관리자로서의 사명감과 자기 개발을 위한 열정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나간다면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위치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안전이란 무엇인지요.

안전은 기업의 주춧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것이 흔들리면 기업의 발전은 물론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도 보장받을 수 없게 됩니다. 즉 기업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그동안의 안전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경영’을 추구해나가려고 합니다. 안전경영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근로자들의 안전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유지해나가고,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줄여 원가를 개선해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업경영의 기본원리가 아니겠습니까.

Q. 안전관리자로 업무를 수행할 때와 지금 CEO로 전문 경영업무를 할 때 안전에 대한 기본 방향이 다를 것 같은데요.

산업안전에 대한 안전관리자와 경영인으로서의 입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여 기업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목적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Q. 과거 안전업무를 하시면서 느끼신 점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안전관리자는 기업에 있어서 키맨 역할을 해야 합니다. 공정에서 원가를 생각하다 보면 안전을 망각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이 때 안전의 필요성을 불어 넣어주고 안전경영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안전관리자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안전관리자들은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 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소신 있게 업무를 추진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제가 지난 29년 동안 안전업무를 하면서 얻은 안전신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기업 경영에서 안전과 CEO의 관계를 설명해주신다면?

기업의 산업안전 수준은 CEO의 안전에 대한 의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 안전관리자들이 키맨 역할을 하여 올바른 방향을 유도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업문화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소규모의 건설현장이나 제조현장의 경우 그 부분이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중소규모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CEO의 안전에 대한 의지와 산업재해의 상관관계를 잘 말해주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통상적으로 건설현장에서 현장소장과 안전관리자는 상하관계에 있습니다. 안전관리자가 개성적이고 독자적인 안전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총괄안전관리자인 현장소장의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공기와 원가절감에만 급급하다보니 안전관리자의 뜻과는 다르게 안전이 등한시되는 상황 속에 공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안전관리자 외에 누구도 지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안전관리자도 이를 대놓고 지적하기에는 여러가지 여건상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러한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져오면서, 지금 안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루 빨리 CEO의 무재해, 무질병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갖춰지고, 이것이 전국 산업현장에 널리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Q. 최근 산업재해자 수가 20년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이를 포함해 현재 우리나라 산업안전 수준을 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하루 평균 산업재해 발생 건수가 20년 전과 같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사실 20년 전과 지금의 산업안전은 엄연히 다릅니다. 20년 전이야 산업재해를 은폐해도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산업재해 관리가 투명하여 은폐할 수 없다보니 발생 건수면에서는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안전 수준이 낮다는데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안전의식 수준은 높아졌지만 후진성 재래형 재해는 아직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선진 안전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어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지금도 산업현장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위해 앞으로 닥칠 위험을 망각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어 최소한의 안전성만큼은 확보되고 있지만 이는 강제적인 제도일 뿐, 안전이 필요에 의해 우선시되는 성숙된 사회는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Q. 최근 각종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볼 때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이유는 아마도 현 사회의 중심에 있는 기성세대들이 과거 어려운 환경에서 얻은 안전불감증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즉, 어려서부터 생계를 위해 안전을 등한시 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안전문화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미래를 위해서는 현재의 어린 세대들에게 철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여 안전불감증을 없애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가정에서만 초보적인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학교에서는 성적을 올리기 위한 학업만 중시될 뿐 안전교육을 위해 할애되는 시간도, 교육을 위한 전문강사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유소년 시절부터 체계적인 안전교육이 이루어질 때 안전한 대한민국을 희망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루빨리 조기 안전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정부, 관계기관, 안전인들 모두 노력해 나가야할 것입니다.

Q. 그밖에 우리나라 산업안전 문화의 개선방향을 짚어주신다면?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들이 변해야 됩니다. 예전에 불안전한 행동과 불안전한 상태 등 산업재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을 관리하고 통제했던 것에서 이제는 근로자들을 자연스럽게 안전에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감성안전’입니다. 최근 건설현장에서 쉼터를 예쁘게 만들고 식당도 일류 레스토랑같이 꾸미는 것이 감성안전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근로자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긍정적인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이를 토대로 안전에 근로자들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건설현장 문화 자체가 변화되고 있다보니 산업재해 예방에도 커다란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재정적 지원이 가능한 대기업에 해당될 뿐입니다.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는 감성안전이라는 것을 시행할 여력이 없을뿐더러, 강제적인 통제조차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감성안전의 확산을 위해서는 역시 기업 최고 경영자의 확고한 마인드와 의지가 필요합니다. 이는 건설현장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에게 필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안전과 관련해 정부에 제언하실 부분이 있다면?

그동안 우리는 말뿐인 안전을 해왔습니다. 그것이 10년 넘도록 지속되어 왔고, 그로 인해 재해율 역시 0.7%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산업사회에서 문제화 되고 있는 안전관리자의 비정규직 문제, 안전관리자 선임문제 등은 제가 건설안전협의회 회장직으로 있을 당시인 2006년부터 거론되었던 문제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오래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건설사 정책에 있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결성된 건설안전임원협의회에 의해 이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만큼은 이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

Q. 산업현장의 많은 안전관계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안전업무를 한시적인 업무로 여기고 있고, 이를 담당하는 직원들 역시 별정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산업현장에 계신 안전관리자분들의 마음고생은 굉장히 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안전관리자들이 능력을 스스로 개발해나가 사회로부터 그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안전에 대한 기업의 인식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안전관리자에 대한 사회적 위치도 한차원 격상될 것이고, 이로 인해 안전이 기업 발전에 중요한 열쇠라는 것도 인식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IMF 때 어려웠던 기업들은 안전업무 축소를 그 대안으로 내놓곤 했었습니다. 이런 어리석은 일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안전관리자들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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