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방노동청 산업안전과 근로감독관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수많은 안전직종 중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 직종이다. 정부와 산업현장의 접점을 누비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가 수없이 쏟아내는 정책이 산업현장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사업장을 직접 방문, 지도ㆍ점검을 한다. 정부의 판단과 현장의 고충이 잘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업무인 것. 때문에 이들은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안전문화를 가장 현실적으로 꿰뚫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인지방노동청 산업안전과 소속 최현범 근로감독관도 바로 이런 정통한 근로감독관 중 한명이다. 오직 안전 하나만을 가슴에 품고 관할지역을 발로 뛰고 있는 그를 만나 우리나라 산업안전 문화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Q. 근로감독관으로 일하시면서 가지고 계신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제가 처음 노동부에 발령받은 때가 1992년이었습니다. 벌써 20년 가까이 지났네요. 발령 당시 현장을 뛰면서 느낀 점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산업현장에서 다치고 병에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노력하여 한 사람이라도 죽거나 다치지 않게 된다면 이 일 만큼 보람있는 것도 없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이후 개인적으로 여러 일을 겪으면서도 초심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고, 제 관할 현장에서 산업재해를 한 건이라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사업장 점검을 하다가 아쉬운 점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들어 근로자와 사업주 분들의 안전의식이 다소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업주와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에 대한 의식은 많이 미흡한 것 같습니다.

사업주들은 아직까지 안전한 시설 장비를 갖추기보다는 비용이 적게 드는 것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근로자들은 귀찮아서 또 작업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해서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이라고 하는 것은 회사 경영과 작업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상 막대한 불이익이 돌아가고, 근로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행복은 물론 가정의 행복 모두를 하루아침에 잃게 되는 것입니다. 사업주와 근로자 분들 모두 이점을 항상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문화를 평가해보신다면?

 

1990년대 초반 만해도 건설현장에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들에게 착용하도록 조치하면 오히려 “네가 뭔데 그러느냐, 다쳐도 내가 다친다”라고 큰소리치면서 현장을 나가버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모든 현장에서 모든 근로자들이 안전모를 착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이 착용하고 있고, 설령 착용하지 않았더라도 지적을 받으면 미안해하며 바로 착용을 하곤 합니다. 그만큼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의식은 최근 10~20년 동안 크게 향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며칠 전 제 아들의 중학교 기술책에 산업안전에 대한 별도의 단원이 있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는 사회 각계에서 이전부터 관련부처에 요청했던 부분들이었는데 최근에 드디어 반영이 된 것이지요. 이런 점을 볼 때 산업안전에 대한 국가 전체적인 관심 역시 크게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입니다. 안전문화가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이제 걸음마 단계를 막 벗어난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사회 각계 모두 차근차근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안전보건 관련 민간단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노동부 등에서는 산업안전과 관련한 기술과 관리기법을 꾸준히 개발ㆍ보급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사업주의 관심과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지, 또 근로자의 참여는 어떤 방법으로 유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겠고, 그에 맞는 시행방안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Q. 우리나라의 재해율이 선진국보다 크게 높고, 0.7%대에서 수년간 정체되어 있다고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재해율 자체는 사업장 가동률 등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부분입니다. 즉 경제가 발전할수록 산업재해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말입니다.

또 예전 같으면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던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나 경미한 사고도 이제는 상당수 산재보험으로 처리하고 있을 정도로, 산업재해와 관련된 의식과 통계 접근방법도 크게 변화됐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최근 몇 년간의 재해율만 가지고 산업안전 수준을 결정짓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고, 또 이를 가지고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하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산업안전문화는 현재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단계라는 것입니다. 위에 말한 것 과같이 사회각계가 안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고 안전을 생활화하는데 힘쓴다면, 우리나라도 조만간 선진국 수준의 안전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감독관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우리나라 산업안전 문화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여러 사람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재해를 줄일 수 있느냐고 질문을 받곤 합니다. 참 막연한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떻게 하면 선진국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선진국이 국민소득만 높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력도 중요하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안정된 체제를 갖추고 높은 문화수준을 이루어야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재해를 줄인다는 목표도 단기적으로 또는 어떤 특별한 사업을 해서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때일수록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씩 차분히 해나간다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안전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런 점에서 저 역시 제게 주어진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갈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저도 산업안전 분야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세부적으로 짚어볼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재해율 산정을 좀 더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해 통계방식을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산정 기준을 현재의 ‘요양 4일 이상’에서 ‘근로손실일수 1일 이상’으로 현실성 있게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올해 노동부의 중점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위험성평가 입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경인지방노동청은 올해부터 위험성 평가제도의 시범실시관서로 선정되어 있습니다. 본부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연구 검토하여 초안이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청도 자체 추진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할 예정입니다.

위험성평가는 정부의 관리감독과 안전보건 기준을 강제하는 방법만으로는 재해를 감소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그 대안으로 추진되는 것입니다.

이 사업의 성패는 노사의 자발적인 참여를 얼마나 잘 이끌어 내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경인지방노동청에서는 앞으로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나갈 계획이며, 저 또한 선배 및 동료들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나눠가면서 신중히 계획을 수립하고 업무를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근로자분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은?

출근할 때 처와 아들 딸들의 얼굴을 꼭 보고 나가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결혼하지 않았다면 부모님이나 형제들의 얼굴을 보고 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일을 할 때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항상 조심히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산업재해는 저절로 우리 곁에서 멀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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