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환 대우건설 안전팀장(동홍천~양양간 고속도로 14공구 현장)

 


제1회 전국 건설안전 경진대회 고용부 장관상 수상

최근 우수한 안전관리로 유명한 주요 건설사들이 각자의 안전역량을 겨루는 자리가 마련돼 화제가 됐다. 그것은 바로 한국도로공사가 개최한 ‘제1회 전국 건설안전 경진대회’였다.

이 자리에는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GS건설, 한화건설 등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해 자사가 자랑하는 안전관리기법과 기술을 소개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경합 끝에 대회 최우수상인 고용노동부 장관상의 영예는 대우건설 동홍천양양고속도로 14공구현장이 차지했다.

이곳 현장의 안전관리를 이끌고 있는 박성환 안전팀장을 만나 그만의 안전철학과 안전관리비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Q.현장 및 팀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시공하는 인제터널은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양양군 서면까지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총 연장 11㎞의 왕복 4차선 터널로, 세계적으로는 11번째이자 국내에서는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합니다. 게다가 지하 300m에 시공되는 터널이다 보니 상당한 난공사 현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터널의 경우 터널 내 환기를 위해 제트팬을 설치하지만 이곳은 길이가 워낙 길다보니 제트팬으로는 충분한 환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환기를 위한 폭 11m 규모의 수직갱을 지하 300m까지 뚫었습니다.

횡으로 터널을 관통하는 것도 엄청난 난공사인데, 여기에 직선 관통까지 더해졌으니 사실상 국내에서 가장 시공이 어려운 현장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1995년 대우건설에 입사를 하여 그간 낙동강 횡단 교량공사, 대구포항고속도로, 침매터널 등 여러 굵직한 현장을 거쳤으며, 이곳 현장에는 올해 3월 부임했습니다.

Q.팀장님만의 안전철학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회의 때마다 팀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안전은 직진이다. 절대 타협하지 마라. 타협하는 순간 사고가 발생한다”는 말입니다. 약 18여년 동안 안전업무를 하면서 배운 점은 “비록 규정을 어겼지만 오늘만 봐드리겠습니다”, “오늘만 특별히 허가해드리겠습니다” 등 예외를 허용하면 꼭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일방적인 안전관리를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직진만 하면 결국 시공부서나 근로자와의 관계에 있어 불협화음이 발생해 작업에 차질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가장 올바른 안전관리는 무엇일까요? 저는 ‘소통과 설득을 통한 무타협 안전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안전관리자는 시공부서나 협력업체에 왜 안전조치 없이 이 작업을 진행하면 안 되는지, 왜 이곳에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하는지 등을 충분히 설명해줘야 합니다. 즉 끊임없는 소통과 설득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시킨 다음, 상대방의 수긍을 바탕으로 안전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Q.현장에서 펼치고 있는 주요 안전활동에 대해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대표적으로 저희는 현장에 ‘색’을 부여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상에 있는 신호등 시스템을 지하에 도입했는데, 수직갱 상부에서 작업을 하면 지하 300m 하부의 LED경고판에 빨간색 불이 들어옵니다. 상부작업으로 인한 낙하물 추락 등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수직갱 하부에서는 작업을 중지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하부의 작업자들은 작업을 중지하고 있다가, 진행을 의미하는 초록등이 들어온 이후에 작업을 재개합니다. 이 ‘색의 안전관리’는 건설기계에도 적용됩니다.

작업 중일 경우 기계의 후미부분에 빨간불이 들어옵니다. 이때 해당 작업구간을 통과하려는 차량이 있다면 장비기사는 조종간에서 손을 떼고 조종간 근처의 통행허가 버튼을 누릅니다. 그럼 장비의 가동이 멈추고 후미부분에 초록불이 들어옵니다. 이는 기사가 주변 차량을 인지했으니 안전하게 이동하라는 의미입니다. 이후 차량이 이동하고 나면 다시 기사는 버튼에서 손을 떼고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밖에 안전표지판과 라바콘에도 추락(빨강), 감전(노랑), 충돌(초록), 접근금지(흰색) 등의 색을 부여해 누구나 멀리서도 그 색만 보면 해당 위험을 인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Q.산재감소를 위해 제언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공사현장에 우선적으로 통신설비가 구축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합니다. 현장에는 늘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실제 사고도 많이 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빨리 수습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현장의 대부분이 전화가 잘 안 터지는 오지에 있다 보니 지체되는 상황이 많습니다. 산간이나 오지지역, 지하현장 등에 우선적으로 통신설비를 설치해주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사고의 위험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봅니다.

Q.무재해를 꿈꾸는 사업장에 조언 한 말씀 해주시길 바랍니다.

요즘 성장과 발전의 해법으로 퓨쳐마킹(future marking, 미래의 내 모습으로부터 답을 찾아가는 방법)이 많이 제시되고 있는데, 저는 이것이 꼭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안전분야에 있어서는 퓨쳐마킹보다는 벤치마킹이 더 효과적이고, 벤치마킹을 해야 퓨처마킹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안전의 목적은 생명보호와 건강증진, 나아가 인간존중입니다. 즉 자기 현장의 사고예방만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기에, 우수한 안전기법이나 활동은 널리 퍼질수록 더욱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와 관계없이 많은 우수 현장을 찾아보고, 그곳의 안전활동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비로소 더욱 개선된 새로운 것에 눈을 뜰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꼭 명심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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