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철 | 안전보건공단 교육미디어실장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거나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이색적인 체험마을을 육성하고 있다. 이런 체험마을 중에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경남 남해군 상동면에 위치한 독일마을이다.

파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어촌마을에 독일식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여 전국적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독일마을이 조성된 계기는 1960년대 산업역군으로 독일에 파견되었던 광부, 간호사 등 독일거주 교포들에게 남해군이 2001년에 한국에 정착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을 제공해 주면서부터다. 이후 남해군은 이곳에 약 3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서 독일의 이국적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로 개발했다.

독일교포들이 직접 독일에서 건축부재를 수입하여 전통적인 독일 양식 주택을 건립했다. 지금은 독일교포보다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카페, 펜션 등이 성업 중에 있어 많은 연인들에게 빠지지 않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헌데 많은 젊은이들은 독일마을이 갖고 있는 이국적인 아름다움에 빠져 있을 뿐, 독일마을에 얽힌 우리나라의 슬프면서도 자랑스러운 근대사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960년대, 전쟁의 폐허를 딛고 국가재건과 산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하여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이 독일의 탄광으로 병원으로 떠났다. 이들이 석탄을 캐고, 또 밤을 새 중환자의 곁을 지키며 벌어들인 외화로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현재의 독일마을은 그 당시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독일로 떠났던 사람들 중 일부가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정착하게 되면서 생긴 마을로, 시대의 아픔과 애환을 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60년대에서부터 80년대까지 이국땅에서 고향의 가족들을 생각하며 땀 흘려 돈을 벌었던 것처럼 최근 우리나라에는 많은 외국인근로자들이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외국인 범죄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들이 우리나라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부연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04년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이후 국내의 외국인 근로자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2013년 안전행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약 52만명에 달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와 함께, 2001년 1,556명에 달하던 외국인 근로자 재해자수는 2012년에는 6,404명으로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 정부의 종합적인 산업재해예방대책과 우리 안전보건공단과 같은 안전보건전문기관들의 다양한 재해예방사업 전개를 통하여 2012년 작년에는 산업재해통계를 생산한 1964년 이래 최저 재해율인 0.59%를 달성하는 가시적 성과를 거둔 점에 비추어 보면 외국인 근로자의 재해증가 추세는 우리의 주의를 끌기 충분하다.

이러한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는 일반 산업재해와 마찬가지로 산업생산에 커다란 손실을 입힐 뿐만 아니라 영구장애를 입고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재해로 목숨을 잃어 고국에 가족들만 남아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며 우리나라를 원망하여 한류로 표현되는 우리나라의 긍정적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머나먼 이국땅인 우리나라에 와서 국내경제의 한축을 당당히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과 노동환경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 공단은 그 동안 외국인 근로자의 재해예방을 위하여 외국인 근로자 취업교육기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취업전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고 외국인 근로자 재해예방 T.F 팀 등을 운영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재해발생을 예방하기 위하여 작년에 개발되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위기탈출 다국어회화’ 스마트폰 앱의 대상국가를 13개국으로 확대하고 제공문장을 1,000개로 확대하고 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만으로는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안전보건관계자들이 이들의 안전보건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조국근대화를 위하여 이역만리 타국에서 눈물을 삼키며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면서 외화를 벌어온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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