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열 소방방재청 119구급과장

누구나 살면서 아프지 않기를 기대하지만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우리 삶의 엄연한 현실이기에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응급의료서비스 제공시스템의 발전이 이 ‘엄연한 현실’을 지연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119구급대는 이 ‘지연작전’의 전체과정에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생명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국민이 이러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119구급대를 최대한 잘 활용해야 한다. 그 비법을 공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심정지, 뇌졸중, 심근경색, 중증외상이 의심되는 환자는 반드시 119구급대를 이용해야 한다. 2011년 통계에 의하면 중증의심환자 가운데 119구급대를 이용한 비율을 31.9%에 불과했다. 환자가 초기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를 할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되면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중증의심환자가 119구급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가벼운 증상의 환자는 119구급대를 이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이송할 병원의 결정은 구급대원에게 맡겨야 한다. 응급실 과밀화의 원인은 모든 사람이 큰 병원으로만 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증환자는 간단한 치료를 받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뿐만 아니라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 중증환자는 치료 가능한 병원을 못 찾아 치료시기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이 ‘지연작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신속하게 가는 것이다. 119구급대는 누구보다 정확한 지역병원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119구급대원에게 병원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방법이다.

셋째, 119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필요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 사람들은 119구급대원을 믿지 못하고 병원으로 빨리 가기만을 재촉하지만 신속한 이송이 능사가 아니다. 응급의료전문가에 의하면 심정지 환자의 경우 현장에서 최소한 10분에서 20분 이상의 응급처치를 할 때 소생률이 높다고 한다.

이제는 119구급대를 믿고 필요한 응급처치를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 기다려주어야 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119구급대는 지난 5년간 2,197명의 심정지 환자를 살렸는데 이들을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소방방재청은 중증환자의 경우 반드시 구급대원이 병원을 선정하고 현장응급처치 시간을 늘리도록 하고 있다. 또한 병원 전(pre-hospital) 단계에서 응급환자의 소생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환자가 발생한 지역의 구급차가 신속한 출동이 불가능한 경우 인근의 소방펌프차를 출동시켜 소방대원이 초기 응급처치를 하고 연이어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고급 응급처치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신고접수 단계에서부터 환자에 대한 중증도를 분류해 중증환자로 의심되면 1급 응급구조사 2명과 운전원이 탑승한 전문구급차를 추가로 출동시키고 구급차 접근이 어려운 경우 소방구급헬기를 출동시키는 다중출동시스템의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여기에 더해 119구급대원의 응급처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의사에 의한 의료지도를 강화하고 치료 가능한 병원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보강하고 있다.

생로병사라는 엄연한 현실을 막을 수는 없지만 119구급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환자의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만 작지만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구급차가 출동 중일 때 길을 양보해주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회풍토가 조성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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