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안전사고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는 교통사고다. 매년 도로위에서 수십만명이 다치고 수천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최근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대두되면서, 정부와 안전단체들은 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라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고 대책마련에 돌입했으며, 안전유관기관과 시민단체 등도 전방위적인 지원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간 모든 안전사고의 대책이 그러했듯 정부와 관련기관의 힘만으론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다시 말해 정책의 성공을 위해선 국민의 관심과 실천이 꼭 뒤따라줘야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통사고의 현황과 주요 원인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부터 얻어내야 할 것이다. 본지는 도로교통공단 인천광역시지부 박상호 교수를 만나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교통안전의식을 전체적으로 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국가의 국민에 대한 도로교통 안전의식이나 교통문화를 평가하는데에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인구 10만명 당 또는 자동차 1만대 당 사망자수입니다.

IRTAD(국제도로교통사고 데이터베이스. 2008)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2.1명, 자동차 1만대 당 사망자수는 2.9명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OECD 국가의 평균치인 9.7명, 1.5명에 비해 각각 1.2배, 1.9배 많은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객관적인 지표를 놓고 비교해 볼 때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도로교통 안전의식수준은 선진국에 비하여 뒤쳐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Q. 우리나라 교통사고 현황을 대략적으로 분석해주신다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는 231,990건이었습니다. 이로 인한 사망자가 무려 5,838명이었고, 부상자도 361,875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고를 주요 법규위반별로 보면 안전운전 의무불이행사고 54.5%(126,340건), 신호위반사고 11.9%(27,582건), 안전거리미확보 10.6%(24,554건), 교차로 통행방법위반 7.4%(17,145건), 중앙선침범 6.2%(14,327건), 기타 9.4%(22,042건)로 확인되었습니다.

사고원인을 분석한 수치에서도 알 수 있듯 안전운전 의무불이행이 전체 교통사고의 절반이 넘습니다.

안전운전 의무불이행 사고란 말 그대로 안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주의를 태만히 함으로써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말합니다. 자동차 운전자는 차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리고 그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 도로의 교통상황과 차의 구조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지 않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운전자들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운전자들이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운전한다면 현재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분명 절반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현 정부에서도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절반 이상으로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교수님은 이것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물론 충분히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은 1991년이었습니다.
당시 사망자수는 무려 13,429명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2004년에 들어서면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6,563명으로 급감, 1991년과 비교해 절반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를 교통사고 사망자 반감기(半減期)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 반감기인 13년은 캐나다(21년), 독일(25년), 프랑스(28년), 호주(30년), 일본(33년), 영국(34년) 등의 선진국보다 훨씬 짧은 것으로 세계 최단기간에 이룬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우수한 역량을 감안하면 다시 한 번 교통사고 사망자 반감기를 이루어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는 이제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정부의 정책에 국민 여러분 모두의 노력이 더해져야만 합니다.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 돼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교통사고 사망자 반감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선진교통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통사고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교통사고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사고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따른 올바른 처방을 내려야만 교통사고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는 도로환경, 자동차, 교통참가자(운전자와 보행자)의 세 가지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게 되는데, 이 중 교통참가자가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Rumar(1985)의 영국과 미국의 교통사고 분석결과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연구대상이 된 교통사고에서 도로나 자동차가 사고원인이 된 비율은 영국 5%, 미국 6%로 나타난데 비해, 교통참가자가 사고의 원인이 된 비율은 영국 95%, 미국 94%에 달했습니다. 다시 말해 교통사고의 대부분이 운전자와 보행자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점에서 교통사고를 줄이고 선진교통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인적요인(human factor)의 특성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교통사고 예방관련 법규를 재정비하고, 운전자에 대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해나간다면 교통사고는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Q. 최근 정부 및 도로교통공단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나라의 교통문화는 국가경쟁력에 크나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현 정부에서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을 수립, 교통사고를 대폭 감소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크게 △교통법규 준수를 통한 선진 법질서 확립 △소통원활과 공해 저감을 위한 합리적 신호체계 구축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선진 교통문화 조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 목표에 따라 직진우선 신호원칙의 확립, 비보호 좌회전 확대, 보행자 자전거 안전강화, 신호연등 시스템개발·확대, 도심 주요 도로 일방통행 확대 등 19개의 과제(3단계)로 구분, 과제의 성격별로 치밀한 실천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공단은 이러한 정부의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이 조기에 정착될 있도록 추진과제들을 차질없이 수행해나가는 것은 물론, 교통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 및 교육 활동도 적극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Q. 최근 교통 분야에서도 안전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도로교통공단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통안전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운전자들을 위한 교통안전교육, 국가기관․기업․군부대․사회단체에서 필요로 하는 교통안전사회교육, 어린이․학생․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통안전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교통사고를 내서 교통안전교육을 받는 운전자들에게 “자동차(自動車)는 인동차(人動車)”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운전자의 생각과 심리상태에 따라 자동차의 움직임이 달라진다는 의미로 한 말입니다.
10~20년 동안 무사고 운전을 한 운전자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올바른 운전방법을 습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교통사고가 빈발한 운전자들은 바른 운전법을 실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운전행동이 습관화되어 있다면 반드시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신호 위반을 해서 사고가 난 운전자의 경우 사고발생 몇 초전까지도 “신호위반 정도 한다고 사고가 나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생각과 운전습관이 바로 사고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공단에서 실시하는 교통안전교육은 이러한 잘못된 운전습관을 바로 잡고 올바른 운전습관을 갖추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향후 교통안전과 관련한 공단과 교수님의 계획은?

우리나라의 도로망은 전국 어디에 있든지 일일 생활권을 누릴 수 있도록 뻗어 있습니다. 이 도로를 통해 하루 평균 1700여만 대의 차량이 운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러한 교통상황 속에서는 누구든지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통사고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분명한 원인이 존재하는 사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가 교통안전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알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를 포함해 우리 도로교통공단에서는 지금까지 지원해오고 있는 여러 교육이 더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종 언론매체와 책자 등을 통한 홍보활동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Q. 마지막으로 교통안전과 관련해 운전자들에게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친환경 경제운전법인 에코드라이빙(eco-driving) 운전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에코드라이빙 운전을 하게 되면 대기오염이 줄어들고, 기름값도 20~50%까지 절약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가 줄고 정속운전을 하게 되어 교통사고율도 크게 낮아지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아울러 한 가지 더 당부하자면 ‘우생마사(牛生馬死)’의 교훈을 운전할 때 항상 새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급류에 소와 말이 빠지면 헤엄을 잘 치는 말은 물의 흐름을 무시하고 물살을 거스르면서 헤엄치다 탈진해 빠져 죽고, 소는 물이 흐르는 대로 떠밀려가듯 강가로 조금씩 이동하다가 뭍에 닿아 산다는 말입니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도 이와 같은 이치입니다. 차량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준법운행이 교통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안전한 운전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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