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대 안전사고 총정리

올해도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人災’ 계속

해가 지나면서 조금씩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선진국 수준의 안전문화는 여전히 우리에게 먼 얘기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발생했던 수많은 재해와 사건사고가 이를 증명한다.

희망찬 기대를 안고 시작했던 2013년 계사년이었지만, 다양한 사건사고로 인해 연일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회자됐다. 우리 안전문화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고, 이것이 안전 선진국으로 가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부실한 안전관리, 미흡한 안전의식이 원인이 되어 발생했던 2013년도의 주요 재해를 모아봤다.

1.연이은 유해화학물질 누출의 ‘악몽’

2013년의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 지 열흘이 갓 넘은 1월 12일 경북 상주에서 염산이 누출됐다는 사고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전년도에 구미 불산누출사고(2012년 9월 27일)의 여파가 상당했는데, 해를 넘기자마자 또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하면서 산업현장의 안전불감증을 질타하는 국민들의 원성이 커졌다.

당시 사고는 상주시 W폴리실리콘 공장에서 200톤 규모의 탱크로리 안에 들어 있던 염산이 액체와 기체상태로 누출되면서 발생했다. 그나마 해당 공장에 염산 외에도 불산(14t), 황산(14t), 질산(10t) 등의 각종 유독화학물질이 보관돼 있었는데, 후속조치가 빨라 대형사고는 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위안이었다. 헌데 이 사고의 잔영이 채 가시기도 전인 1월 15일 또 다시 충북 청주에서 불산누출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상주사고가 난지 불과 3일 만의 일이라 당국의 허술한 화학물질관리체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크게 일었다.



2.구미지역 사고 다발, 노후 산단 안전성 논란 촉발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이 경북 구미시에게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3월 첫 주에만 무려 3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그 중 가장 큰 사고는 3월 7일 구미시 오태동 H광유 서부지점의 벙커C유 옥외 유류저장소에서 일어난 폭발화재사고였다. 출하를 위해 벙커C유를 탱크로리에 옮겨 실은 다음 탱크로리가 현장을 빠져 나간 뒤 20만ℓ 저장 규모의 옥외 유류저장소 상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소방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탱크 내에 유증기가 발생한 상태에서 스파크가 일어나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사고의 이틀 전인 3월 5일에는 구미공단 내 모 화공약품 제조업체에서 염소가스를 가스통에 충전하던 중 액화 염소 1ℓ가량이 누출됐다. 그리고 이에 앞선 3월 2일에는 모 반도체 부품 제조공장에서 불산, 질산, 초산 등이 섞인 혼산이 60ℓ가량 누출됐다. 이처럼 대형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구미 산단지역의 안전성 논란이 일었고, 이는 다시 전국 노후 산단을 대상으로 퍼져나갔다.


3.여수산단 폭발사고, 협력사 안전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 계기

연이은 유해화학물질 노출사고로 인해 산재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았음에도, 또 다시 3월 14일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화학공장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8시 50경 여수산단 내 D산업의 플러프(Fluff) 저장조(사일로)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조모(37)씨 등 6명의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사망하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당일 D산업은 이 저장조에 대한 정기점검을 위해 내부를 비운 뒤 저장조 아랫부분에 출입을 위한 구멍을 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역시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사고로 판명났다. 저장조 내부에 폴리에틸렌 분말이 다량 존재했는데, 이를 다 제거하지 않고 절단작업을 실시하다가 폭발이 일어난 것이었다. 특히 원청인 D산업이 위험작업을 협력사에게 위임하고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은 점이 드러나 큰 논란이 됐다. 이후 이 여수산단 폭발사고는 고용부가 협력사 안전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는 계기가 됐다.

4.대학 연구실의 부실한 안전관리 논란

올해는 대학 내 연구실의 부실한 안전관리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세종대가 있었다. 세종대에서는 올해만 2건의 큰 사고가 발생했다. 먼저 지난 5월 29일 오후 4시 30분경 세종대 공대 건물 5층 실험실에서 유독가스인 삼브롬화붕소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학생 및 교수 등 20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사고 당시 실험실에는 조교 2명이 있었으며 삼브롬화붕소가 담긴 용기가 실험 도중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인 7월 19일 세종대 영실관 307호 실험실에서 황산 5ℓ가 누출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 사고로 건물 안에 있던 학생 등 7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당시 건물에 있던 학생 2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학부생과 대학원생 등이 함께 실험을 하던 중 황산이 담긴 용기가 폭발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5.무너진 항공안전 선진국의 자존심

우리나라의 항공안전 수준은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최고 등급을 매길 정도로 그간 우수성을 인정 받아왔다. 그런데 지난 7월 6일 이런 높은 자긍심에 금이 갔다. 인천공항을 떠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가던 A항공 214편(B777-200 여객기)이 공항 착륙 과정에서 활주로에 충돌한 것이다. 이 사고로 화재가 발생, 183명이 부상하고 2명이 사망했다.

이후 A항공은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안전분야를 대폭 강화했다. 사고 직후 기존의 안전보안부문을 사장직속 안전보안실(본부급)로 격상하고, 안전보안실 내 안전심사팀을 신설해 안전심사와 조사 기능을 강화했다. 특히 지난 11월에는 198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일본의 저명한 안전전문가를 안전 분야 총책임자로 영입했다.

6.감리소홀이 빚어낸 노량진 수몰사고

지난 7월 15일 오후 5시경 서울 노량진 상수도관 이중화 부설공사 현장에서 부설작업 중 한강물이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지하 터널에서 내부 레일을 철거하던 조모(60)씨 등 7명이 숨졌다. 경찰조사 결과 해당현장의 시공업체 현장소장과 하도급업체 현장소장은 공사현장에 폭우로 인한 한강물 유입을 예상하고도 사전에 충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차수막(마개플랜지) 제작·설치 등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

특히 이들은 한강물 범람을 막기 위해 차단막을 제작했으나 원설계도를 무시하고 두께 6㎜에 불과한 철판으로 불량 용접하는 등 한강물 유입 가능성과 수압에 의한 붕괴 가능성 등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 사고는 감리업체와 서울시의 허술한 관리가 사고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공사 전반의 감독·관리 업무를 책임지는 감리업체 직원 이씨와 공사 발주청인 서울시의 공사관리관 이씨가 한강물 유입으로 인한 차단막 붕괴에 대비해 한강 수위를 실시간 확인, 시공사에 위험을 전파하거나 관련 대책을 감독하는 안전관리 지도업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7.부적합 볼트가 불러온 울산 SMP 물탱크 파열사고

지난 7월 26일 울산 남구 여천동의 SMP 폴리실리콘 공장 신축 공사현장에서 높이 17m, 지름 10.5m에 달하는 대형 소방용 물탱크가 파열되면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시공사와 물탱크 제작·설치업체가 새로 제작한 1400t 용량의 물탱크에 물을 채우며 성능을 점검하던 중이었는데, 1300t가량의 물이 들어간 상태에서 갑자기 물탱크가 터지면서 넘어졌다.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물과 물탱크 잔해가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을 덮쳤고 결국 최 모(50)씨 등 3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조사 결과 당시 사고의 원인은 규격 미달 볼트 사용과 함께 이를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 이후 고용부는 건설현장의 감독강화를 예고했고, 조달청은 후속조치로 물탱크와 밸브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특별 점검에 나섰다.

8.방화대교 공사현장 상판 붕괴, 3명 사상

노량진 수몰사고에 이어 서울시가 발주한 공사현장에서 또 한 번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7월 30일 서울 강서구 방화대교 남단 램프 공사현장에서 상판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허모(50)씨 등 2명이 사망했고, 김모(59)씨가 부상을 입었다. 조사결과 이 사고도 교량 설계부터 시공에 이른 총체적 부실이 가져온 인재로 판명났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당시사고는 교량 내·외측에 작용하는 하중이 지나치게 편차가 크게 설계된 것이 1차적 원인으로 밝혀졌다.

시공단계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공 전에 시행하는 구조계산서 및 설계도면 검토과정에서 시공단계별 안전성이 검토되지 않았다. 특히 설계와 달리 방호벽 설치장비와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교량 위에 추가로 적용했음에도 이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와 고용부는 건설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했다. 먼저 고용부는 자율안전관리 대상업체 심사를 보다 엄격히 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집중 관리하는 근로감독관 전담관리제를 확대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건설업종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지난 8월 7일 발표했다.

이어 서울시는 시가 발주한 ‘200억원 이상 규모의 공사현장’에는 안전전문가를 반드시 배치하고 안전관리 부실 업체의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공사장 안전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지난 10월 8일 발표했다.


9.도심 아파트에 헬기 충돌, 초고층건물 안전성 논란 재점화

하늘을 비행하던 헬기가 갑자기 고층 아파트와 충돌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1월 16일 L기업이 보유한 헬기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충돌한 후 아파트 화단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박씨(58) 등 탑승자 2명이 모두 사망했다. 사고의 원인으로는 대체적으로 기상악화가 꼽히고 있다. 사고 발생 무렵 서울 전역에는 안개가 짙게 끼어 가시거리가 1㎞ 안팎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즉 짙은 안개로 인해 시야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계비행을 하다 정해진 항로를 벗어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편 이번 사고로 인해 현재 건설 중인 초고층 건물에 대한 안전문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사한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관련 전문가들은 높은 건물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언제든지 다시 사고가 날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0.부산 남·북항대교 연결도로 구조물 붕괴, 4명 사망

2013년의 마지막을 10여일 남겨두고 부산에서 대형붕괴사고가 발생해, 결국 끝맺음조차 안타까움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지난 19일 오후 4시15분경 부산 영도구 영선동 남·북항대교 연결 고가도로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철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4명이 사망했다. 현재 경찰은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과정에서 철골구조물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보고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조사결과, 경찰은 타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타설 작업의 경우 철제 구조물 특정 지점에 콘크리트 무게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차례에 걸쳐 골고루 나눠서 타설을 해야 하는데, 해당 현장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콘크리트를 기준 이상으로 타설했을 가능성과 구조물의 부실공사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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