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장

최근 여러 대기업을 방문하여 보았다. 나름대로 사업장 안전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안전관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작업절차서를 제대로 작성하여 운영하고 있는 곳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작업절차서 없이 내실 있는 안전관리를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작업절차서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업을 하기 위해 가장 바람직한 순서와 요령을 제시한 문서로서, 현장에서 작업할 때의 지침서에 해당된다. 여행할 때 지도와 같은 것이다. 물론 작업절차서의 명칭은 사업장마다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고 양식이나 작성방법도 다를 수 있다.

미숙련작업자 또는 파견근로자 등 작업이 익숙하지 않은 자가 현장에 배치된 경우 작업절차서가 없으면 감독자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알기 어렵고, 배치된 사람도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기계,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작업절차서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작업절차서가 이와 같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관리감독자는 일상작업에서 부하 작업자가 작업절차서를 토대로 작업을 하도록 반복적으로 교육·감독하고, 잘못이 있으면 이를 개선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 작업절차서는 일반적으로 안전보건관리규정의 세칙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사업장에는 작업절차서 자체가 없거나 작업절차서에 따른 작업을 실시하지 않는 것이 대형재해 요인의 하나로서 진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 배경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지적될 수 있다. ▲작업절차서에 대해 그 필요성을 충분히 교육훈련하고 있지 않았다 ▲정해져 있는 절차서가 오랜 생산라인, 기계설비에 대한 것이었다 ▲형식적인 절차서에 불과하고 안전작업의 포인트가 결여되어 있었다 ▲작업실태에 합치한 것이 아니었다 ▲작업속도만을 중시하여 절차서대로 작업을 하는 것이 사실상 무리였다 ▲상사가 절차서대로 실시하지 않는 것을 묵인하고 있었다 ▲종업원이 자신의 경험을 과신하여 절차서를 무시하고 있었다 등등.

이와 같은 일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교육훈련이 필수다. 그리고 작업개시 전 회의 등을 통해 작업절차의 필요성을 노·사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잘못된 부분의 수정·보완을 위해 노·사가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편, 매일 정해진 장소에서 동일한 작업을 반복하고 있는 정상작업보다는 기계·설비의 수리, 복구작업, 부품교환 등의 유지보수작업, 이른바 비정상작업에서 재해가 보다 많이 발생한다. 비정상작업의 경우, 시간적 여유가 없고 작업내용도 그때그때 정하여 대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업절차서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에 착수하기 때문이다.

비정상작업의 경우에도 주기적으로 행해지는 점검, 주유, 검사와 같은 작업, 또는 고장이 발생하기 쉬운 기계·설비의 수리작업 등은 미리 작업절차서를 작성해 두는 것이 가능하고 작업절차서를 활용할 수도 있다.

충실한 사업장 안전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개별사업장의 실정을 감안한 자율안전관리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자율안전관리를 위한 수단 중 중요한 것 한 가지가 바로 작업절차서이다. 작업절차서가 충실해야만 자율안전관리도 내실 있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새해에는 많은 사업장들이 작업절차서를 충실하게 작성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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