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환 | 쌍용양회 동해공장 환경안전팀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도 수많은 과정 중 하나이다. 사람은 태어난 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늙고 병들어 사망하게 된다. 이것이 80에서 90살까지 사는 우리 생로병사의 과정이다.

그런데 모든 삶이 이 과정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과정을 생략한 인생도 있다. 태어나서 중도에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말한다. 실로 기가 막히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안전’이 이와 큰 관련이 있다.

산업현장에서도 우리의 인생처럼 시작에서부터 결과를 얻기까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을 생략하거나 삭제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당연히 당초 기대한 결과를 얻을 수가 없다. 게다가 단순히 결과물만 못 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이 생략된 과정 속에 ‘안전’도 포함되어 있다면, 생각지도 못한 무서운 결과를 받아들게 될 수도 있다.

모래 위에 파일을 박지 않고 건축물을 올리거나, 시멘트가 굳기도 전에 위층을 올리거나, 부실 자재를 사용해서 건물을 짓는 등 마땅히 거쳐야할 과정을 생략하게 되면 당연히 공사 중에 사고가 발생한다. 혹여 운이 좋아 공사 중에 사고가 나지 않았어도 후에 입주자가 사고를 입게 된다.

산업현장에서 마땅히 진행해야할 과정을 생략하는 것과 인생에서 나이를 먹으면서 경험해야할 과정을 생략하는 것은 결국 같은 이치인 것이다. 예를 하나 더 들면, 우리가 아는 속담 중에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쓰지는 못한다’는 말이 있다. 즉 과정을 생략하면 결국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고로 결과는 과정 끝에 있는 점이요, 과정은 좋은 결과에 이르게 하는 선(線)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산업현장에서 그 線은 곧 安全이다.

과정으로서의 안전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기다림’이다. 기다림을 뜻하는 한자 중 하나인 灸(구)자는 오래 할 ‘久’와 불 ‘火’자의 합성어이다. ‘오래 할 久’아래에 불을 놓으니 더 오래 할 수 있다는 뜻으로서, 다시 말해 ‘뜸’을 들인다는 것이다. ‘뜸’은 한방이나 민간요법에서 그 효능을 인정받아 좋은 의미로 많이 쓰인다.

헌데 같은 ‘뜸’이지만 정반대의 뜻을 갖고 있는 ‘대뜸’이라는 단어가 있다. ‘뜸’은 기다림으로 인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때 쓰지만, ‘대뜸’은 기다릴 줄 몰라 손실을 볼 때 쓴다. ‘대뜸’은 그 자리에서 바로 처리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빨리빨리’와 같은 뜻이다. 부연 설명하면, 대뜸과 같이 급하게 불로 지지면 ‘화상’만 남게 되지만, 뜸처럼 천천히 치료를 하면 ‘만병통치’의 효과를 얻게 된다.

이는 꼭 의료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밥을 지을 때도 뜸을 잘들이면 아주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지만, 마음이 급해 솥뚜껑을 열어 보거나 불 조절을 하지 않으면, 설익은 밥을 먹게 된다.

산업현장에 대입을 하면, 과정을 놓쳐 버린 대뜸은 곧 부실을 낳게 하는 원인이다. 하지만 ‘뜸’은 일에 신중을 기하게 하는 쉼표다. 인생사를 두루 보면 빠른 것은 종종 느린 것보다 좋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신속함이 발전의 원동력이 될 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빠름은 실수나 사고의 중대한 원인이 될 때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요즘 정부와 산업현장은 ‘조심조심’과 ‘천천히’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결국 뒤돌아보면 사람이 최고의 자산이고, 인명이 제일이라는 것을 모두가 깨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대뜸’은 빨리빨리를 낳고, ‘뜸’은 조심조심을 만든다는 사실을 이제는 대한민국 모두가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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