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재 현대중공업 차장


최근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법의 하나로 내면의 감성을 움직여 안전문화를 조성하는 ‘감성안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감성안전이란 말 그대로 인간 본성의 원천에서 문제를 찾아 해결하기 위해 사람의 감성을 일깨워 안전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근로자가 스스로 실천하고 함께 참여하여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안전기법이다.

감성안전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한 지는 불과 몇 년 되지 않지만 정(情)에 호소하는 우리국민들의 정서를 생각한다면 감성안전이야말로 자율안전을 정착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의 안전관리는 지시와 통제만으로 길들여왔다. 인간적인 대우와 존중보다 지시형의 관리조직에 의존하다보니 근로자들이 자신의 안전을 관리감독자가 해 주는 것으로 인식된 부분도 없지 않았다. 또 이러한 관리방식은 근로자와 관리감독자 사이의 의사소통을 단절시켜 자율안전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요소가 되어왔다.

이러한 관리·통제 방식이 이어져오면서 최근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자가 97,821명에 이르러 전년 대비로 2,015명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 중 2,181명이 사망하고, 89,100명이 사고를 당했으며, 업무상질병자도 8,721명에 달한다고 한다. 재해율을 봐도 지난 2008년에 비해 0.01% 하락했다고 하지만 지난 10여 간 이어져온 재해율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인적 손실 외에도 고도의 기술력 상실과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 또한 막대하다. 몇 달 전 한 조사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무려 17조원을 넘는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지금의 산업재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려면 현재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더라도 산업안전보건 분야가 경영의 최우선 순위에서 취급되어야 한다.

또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산업안전보건 분야가 적극 추진되기 위해서는 비용을 적게 투입하고도 높은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들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기 위해서는 감성안전을 통한 자율안전이 하루빨리 사업장에 정착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바람직한 안전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다. 즉, 과거 지시와 통제의 권위적인 방식이 아니라 개방적이고, 근로자 스스로가 참여하는 안전문화가 추구되어야 한다. 인간존중의 이념 속에 관리자와 근로자가 수평적으로 인격을 존중하는 안전관리, 즉 감성안전에 의해 이루어진 문화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인 것이다.

이러한 문화는 단기간에 정착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당장의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단지 우려되는 부분은 현재의 감성안전 활동이 지금까지 안전기술이나 기법처럼 기술적, 학술적으로 체계화되지 못하고 있어 이벤트에 가까운 안전활동으로 변질되지 않을까하는 부분이다.

감성안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인의 행복과 조직이 달성할 수 있는 목표 등 안전사고로 인한 손익을 근로자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산업현장에서 이를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안전 전문가들이 폭넓은 연구 활동을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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