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

2014년 새해가 시작 된지도 벌써 한 달이 가고 2월도 막바지다. 지금쯤이면 야심차게 준비했던 새해목표가 작심삼일로 무너지지 않았나 뒤를 돌아보게 되고, 부족했다면 목표달성을 위해 운동화 끈을 다시 묶게 되는 시점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2013년을 되짚어 보면, 지난해는 어느때 보다 힐링과 캠핑이 문화·레저의 키워드로 급부상한 것으로 기억된다. 실제로 캠핑산업이 4000억 규모에 달하고, 캠핑인구도 150만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는 그 열풍을 실감케 한다.

이와 같은 힐링과 캠핑에서 숲은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공간이다. ‘숲’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찬 것을 표현하는 ‘수풀’의 준말이다. 하지만 숲이 나무만 자라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울창하게 자란 숲은 대기의 과학적인 작용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바람은 구름을 형성하여 비를 만들어 지구에 생명의 씨앗을 전달하는 생명의 원천이다. 또한 숲에는 나무들이 뿜어내는 자기보호물질인 피톤치드와 맑은 산소가 풍부하다. 이로 인해 심신을 치유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숲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3월과 4월이 되면 전국은 크고 작은 산불로 몸살을 앓는다. 1년 중 대기가 가장 건조한 이 기간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산불발생 관련 뉴스가 첫머리를 장식하곤 한다. 산림청과 일선 시, 군, 구청에서 봄철이 되면 산불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산불로 인한 피해면적은 매년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산불로 인한 피해는 인간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당장 뜨거운 햇볕을 가려줄 무성한 나뭇잎이 사라지고,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메마른 경사면은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 산과 인접한 가옥은 물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자연휴양림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힐링은 커녕 안전에 대한 불안감으로 심신을 더 힘들게 할 것이다.

문제는 산불 원인의 약 70%는 담뱃불, 논밭두렁 태우기, 임야주변에서 쓰레기 소각 등 조금만 주의하면 막을 수 있는 실화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는 캠프파이어와 바비큐로 인한 실화가 급증하고 있다. 6월 8일 산불조심기간까지 국립자연휴양림 모든 장소에서 바비큐를 금지하는 이유다. 이는 혹시 모를 산불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이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넓은 이해가 필요하겠다. 이러한 불편함에 대한 보상은 너가 아닌 나에게 반드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의 즐거움과 부주의로 숲을 잃게 된다면 힐링을 넘어 희망과 그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국립자연휴양림 뿐만 아니라 숲이 있는 공간에서는 산불조심기간만이라도 바비큐 이용을 참자! 그러면 세상은 풍요로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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