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은 | FB 직업건강안전연구소 소장

최근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대형사고가 땅과 바다에서 다발하고 있다. 먼저 여수 해양사고의 경우는 유조선의 접안과 관련해 평소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안전속도를 넘어 접안을 시도하다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로 인해 해상구조물 돌핀 3개와 잔교, 원유하역 배관이 부서졌다. 또 경주 리조트 사고의 경우는 대학 신입생 환영회가 열리던 체육관의 지붕이 폭설에 따른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하면 여러 원인에 대한 결과가 도출되겠지만 우선적으로 ▲사고발생 전과 후 위기대응 매뉴얼은 제대로 구성되어 있었는지 ▲사고예방 조치와 매뉴얼은 합당한지 ▲대응팀이 합리적으로 긴급 현장상황 대응에 임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확인이 꼭 필요할 것이다.

최근 발생한 몇몇 사고의 유형을 보면 적잖은 의문점을 갖게 된다. 유능한 도선사가 승선하여 유도하였는데도 발생한 충돌사고와 대통령 전용기 조종 경험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의 헬기가 아파트에 충돌한 사고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들 사고의 경우 휴먼에러로 치부되어, 단순히 해당자의 부적절한 행동과 대응 논리로만 비춰졌다. 그리고 인재라는 결론으로 매듭지어졌다.

지금 우리는 이 인재라는 용어를 그냥 인식하고 또 넘어가야 하는지 깊이 반문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휴먼에러의 원인 분류에서 단순 실수, 착각, 과오가 아닌 고의적인 또는 불법적인 위반 사항에 대한 근원적인 원인의 추적과 사후 대응방안도 분명히 인식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일련의 여러 사고소식들을 접하면서 사고 발생시 또는 최악의 환경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철저히 완수하는 고신뢰 조직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고, 매뉴얼의 효과성을 검증하질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선례에 대해 여론의 질타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싶다.

최근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대응 역량을 제고하려는 기업들은 고신뢰 조직의 운영원칙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럼 여기서 우리 사회 공공기관들과 기업들의 고신뢰 조직에 대한 대응 단계를 한번 검토해보자.

먼저 위기감지 기능이다. 위기에 대한 감지능력의 배가는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하는 안전개념으로 실행이 요구된다. 둘째로 어떠한 조직에서든 위기대응 체계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상황에 따른 위기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대처방안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실천의지가 특히 중요하다.

셋째, 위기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일정수준의 여유자원과 전략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위기 발생시 탄탄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권한을 조직전체에 과감하게 분산하여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꼭 확인해 봐야 한다.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추락사고와 이번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는 위기대응 전략의 존재와 부재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항공기 추락사고 당시 항공사와 공항, 구조대 등은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을 기반으로 조직적 위기대응 능력과 사후관리능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경주 리조트 사고에서는 어떤 위기대응 전략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위기 상황에 대한 준비도 대응도 전혀 없었다.

순식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모두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사고의 참혹함 앞에서 그저 안타까움의 눈물로만 호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학부모의 통곡을 우린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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