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소방방재청 예방안전국장

‘견미지저(見微知著)’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사소한 것을 보고 장차 드러날 것을 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요즘과 같이 해빙기 안전사고의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시기를 맞아 재난부서 담당자라면 필히 마음 깊이 새겨두길 권한다.

경칩(驚蟄)을 지나면서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고 있지만, 안전분야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경북 경주리조트 붕괴사고를 계기로 각종 시설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빙기 때는 얼어붙은 땅속 수분 때문에 지면에 ‘배부름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문제는 얼었던 지면이 녹으면서 약해져 붕괴 등 각종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하철, 아파트 등 대규모 공사장에서는 지반침하로 흙막이벽이 붕괴될 수 있고 생활 속 노후된 축대나 옹벽, 건축물의 외벽 및 담장도 붕괴사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7년간(2007년~2013년) 총 67건의 해빙기 안전사고로 39명의 인명피해(사망 15명, 부상 24명)가 발생했다. 안전사고 발생 장소는 절개지(54%), 축대·옹벽(21%), 건설공사장(20%)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고의 위험이 높은 해빙기를 맞아 소방방재청은 빈틈없는 사전대비에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 관련부처별로 상이한 해빙기 안전 대책기간을 통일하여 부처간 협업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주요 대책을 살펴보면 우선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후 축대·옹벽, 급경사지, 터파기 건설공사장 등 인명피해 위험시설물 2237개소를 선정했다. 또 전담 관리자 3438명을 지정, 점검과 순찰활동에 나서도록 하여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출입통제와 주민대피가 가능하도록 대비하고 있다.

관계 기관에 대한 안전교육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건설공사장의 경우 해빙기 안전사고 발생 시 현장 근로자 사망사고로 직접 이어지는 만큼 현장소장, 감리원 등 안전관계자 1만1470명에 대한 해빙기 안전 특별교육을 실시했다. 아울러 대규모 절개지와 지하굴착 등 해빙기 취약건설현장에 대해 안전점검을 병행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소방방재청 등 정부기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해빙기 사고의 철저한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설물관리자와 공사현장책임자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 옹벽·축대 등 시설물의 관리자나 공사장 책임자 또는 지자체 등은 생활 주변이나 산업현장의 안전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해 위험요소를 미리 발견하고 이를 제거해야 한다.

특히 시공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안전사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의 안전관리체계는 잘 구축·관리되고 있는지, 안전관리자는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시설물 보강이 필요한지 등 평상시보다 더욱 세심하게 현장을 살피고 독려해야 한다.

재난은 항상 사전에 신호를 준다. 1대 29대 300으로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이 그 대표적인 예다. 재난은 갑자기 일어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경미한 사고가 반복되면서 발생한다. 한 번의 큰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고, 작은 사고 이전에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 해빙기를 맞아 하인리히 법칙을 되새기고 나로부터 시작된 생활 속 조그만 안전 실천이 ‘재난에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을 실현하는 지름길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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