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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대학 강단에 처음 선 이래, 그리고 10여 년 전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에 적을 둔 이후 줄곧 나는 내 전공에 국한하지 않고 가능한 대로 폭넓은 분야를 가르치려고 노력해 왔다. 문학에 대한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는 것은 물론이고, 작문이나 토의·토론 등은 물론이요 공부하며 가르치는 격으로 과학커뮤니케이션이나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등도 다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09.1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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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을 보지 않고는 한 계절을 지내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하나의 주장이 내세워지는 반대편에 그것을 지워버리려는 듯이 또 다른 목소리가 맞세워지는 양상 또한 심심찮게 보는 형편이다. 가상공간에서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 상반되는 주장들이 진영이 나뉜 듯 서로 세를 모으려 애를 쓰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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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9.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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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교동에 최 부잣집 고택이 있다. ‘사방 100리 내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으로 널리 알려진 바로 그 집이다. 보통의 관광객이라면 한 번 휘둘러보고 나올 법도 하지만, 최 부잣집의 내력을 알게 되면 경주를 떠나서도 오랜 시간 그 집을 생각하게 된다. 최 부자 가문은 긴 세월 동안 부를 유지하면서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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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8.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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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에 관해서라면 누구나 한 번쯤 남에게 재미있게 말할 만한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자동차 키를 차에 꽂아두고 내렸다는 식으로 모두가 겪어 볼 만한 일 말고, 차를 갖고 왔다는 사실을 깜빡해서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든지 하는 경우 말이다. 놀랍고도 기가 막힌 일이지만 그것이 반복되지 않는 한, 이러한 사례들은 친구들과의 이야기꽃을 활짝 피우는 데 유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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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8.1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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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연구를 전공으로 하는 인문학자로서 나는 방학 기간을 이용해 그동안 못 읽은 작품들을 챙기곤 한다. 반 정도 넘긴 이번 여름방학 기간에는 이를 두 갈래로 진행하고 있다. 베스트셀러를 포함하여 상품성이 있는 대중소설을 읽는 한편, 그동안 마음에만 두고 손을 대지 못했던 고전 작품도 펼쳐 본 것이다. 대중문학으로서 재미있게 읽은 작품부터 꼽아 보면 장현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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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8.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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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론’이라는 말이 있다. ‘인문계 졸업생 구십 퍼센트가 논다’는 말이란다. 여러 줄임말들 중에서 이 말만큼은 잘 잊히지 않을 듯싶다. 유수의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인문계 출신은 원서도 내지 못하게 했다는 소식도 기억에 남아 있다. 몇몇 대학들이 인문계열 학과를 강제로 통폐합하면서 잡음이 잇달아 사회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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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8.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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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식을 자주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저녁식사 시간 즈음해서 아내의 일이 있고, 나는 음식 만드는 데 소질도 의향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일들로 생기는 회식이 적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된다. 이렇게 매식을 많이 해도 내가 찾는 식당은 몇 군데 안 된다. 먹고자 하는 음식에 따라 찾아가는 단골집이 정해져 있는 까닭이다. 매식 품목마다 단골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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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7.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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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규범을 지키되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좀 더 자유롭게 살고자 노력한다.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남들이 다 (해야) 한다고 해서 내가 하기 싫은 것을 하지는 않는다. 나 자신의 생활 리듬에서든 내가 속한 집단이 갖고 있는 규율 차원에서든, 나 스스로 숨 쉴 틈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 것이 삶이라고 나는 믿는다. 모두가 똑같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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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7.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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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 년간의 숨 가쁜 생활에 매듭을 지을 겸, 모처럼 시간을 내어 서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기대와 목적은 단순했다. 두루 보고 충분히 쉬는 것, 그것뿐이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시와 유적, 박물관 들을 돌며 일상을 잊었으니 기대하고 목적한 바를 이루었다 싶다. 가외의 소득도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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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7.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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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목을 끈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사건과 관련해서 주목해 보고 싶은 대목이 하나 있다. 이러한 문제가 생기게 된 원인 혹은 배경 가운데 하나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대표 작가가 한 명 정도는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서 문단이 그녀를 비호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던 사실이다. 요컨대 노벨문학상을 바라는 풍토가 이러한 문제의 한 가지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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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7.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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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미국의 백악관이 무지갯빛 조명으로 장식되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결정을 축하하는 의미에서였다. 이 결정으로 미국의 50개 주 모두에서 동성 간의 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되었다고 한다. 동성애에 대한 우리의 의식 수준에 비춰보면 놀라운 일이라 할 만한데, 더욱 놀라운 것은, 미국보다 앞서 동성 결혼을 허용한 나라가 무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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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7.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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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작가의 한 명이라 할 만한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문제로 여론이 시끄럽다. 국민 모두를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 사태와 성완종 사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총리 인선 문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등과 같은 굵직한 사회 문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문학이 이슈가 되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같은 것이 아니라 표절 문제여서 대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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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6.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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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인 딸애가 내가 보기에도 제법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다니는 학교에서 이번에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친구들과 함께 하는 협력학습 활동이 두어 개 겹쳐 있는 탓이다. UCC 만드는 모임도 갖고, 치어리딩 발표를 위해 연습도 하고, 모형 차도 만들고 해야 하는 모양이다. 밤늦게 친구들을 불러오기도 하고, 제가 친구 집에 가기도 한다. 기획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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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6.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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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곧 ‘중동 호흡기 증후군’으로 온 나라가 큰 두려움에 싸여 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늘고 격리 대상자가 크게 증가하였으며, 지역 또한 몇몇 시도를 제외하고 사실상 전국에 걸치게 되었다. 서울과 경기의 일부 지역에는 휴교령이 내려졌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곳들이 한산해지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현재의 사태에서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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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6.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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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아침마다 인터넷 뉴스 예닐곱 군데를 훑어보고, 직장의 전산망을 틈틈이 열어 보며, SNS도 짬짬이 켜 보는 생활을 돌아보다 보니, 세상에 말과 글, 언어가 참으로 많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업이어서 지금도 이 글을 쓰고는 있지만, 세상에 쓸데없는 말과 글이 너무 많은 것을 부정할 수 없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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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6.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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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매일 아침의 일과로 인터넷 뉴스들을 보다가 작은 감동을 느꼈다. 조훈현과 조치훈이 12년 만에 마주한다는 소식이었다. 무려 35년 전에 처음 맞서 조치훈이 2연승을 거둔 뒤, 그 뒤의 여덟 차례 만남을 조훈현이 내리 이기고, 끝으로 조치훈이 다시 한 판을 이겨, 통산 전적이 8:3이란다. 세상의 모든 것을 뚫는다는 창과 무엇이든 막을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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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5.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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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리 잘하는 남자들 때문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일류 요리사 못지않게 멋진 요리를 만드는 남자들이 있는가 하면, 평범한 재료를 가지고 맛있는 음식을 뚝딱 만드는 남자들도 있고, 특이한 재료를 이용해서 건강에 좋은 요리를 만들어 내는 남자들도 있다. 취미로 요리를 하는 남자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요리하는 남자들 중에서 으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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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5.2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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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다. 앞부분만 들춰 본 채 접어 두었던 황석영의 소설 「개밥바라기 별」에 손을 댔다가, 흐름을 타다 보니 눈을 뗄 수 없어 새벽 세 시를 넘겨 가며 다 읽어 버리게 되었다. 마감을 두고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다른 데 손이 가는 버릇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인데, 여전히 인상 깊게 생각나는 구절이 있어서 그것을 제사(題詞) 삼아 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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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5.1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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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올해의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숨의 작품 중에 「법 앞에서」라는 것이 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아이를 둔 아버지가 피고석에 서게 될 아들을 보러 법정을 찾아가면서, 가난하고 무지했던 자신의 부친과도 달리 스스로는 자식에게 선악을 가르치지 못했음을 반성하는 내용이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한 아이를 못살게 군 사건의 다섯 번째 가해자를 아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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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5.0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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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에게 널리 사랑 받는 작가 김탁환이 최근의 한 강연에서 소설가란 헬리 혜성과도 같다고 했다. 이 구절만 보면 ‘혜성처럼 빛난다’는 말을 떠올리고 소설가란 반짝이는 존재라는 뜻으로 말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헬리 혜성을 끌어오면서 그가 주목한 것은, 지구의 밤하늘을 밝히는 그 찬란한 빛이 아니라 그러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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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기자
2015.04.29 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