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장

“안전은 돈이 든다”는 말을 자주 한다. 확실히 안전보건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안전보건을 통해 산업재해에 의한 손실을 방지하는 의미에서 일정한 효과는 있지만 기업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은 안전제일의 경영철학인 “안전제일, 품질제이, 생산제삼(Safety first, Quality second and Production third)”과 부합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생각은 기본적으로 안전보건은 단순히 “부상이나 질병만 발생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방어적인 자세에 입각하고 있다. 야구에 비유를 하자면 공격은 하지 않고 수비만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투수가 던진다고 해도 공격이 없으면 잘해봐야 무실점 무승부이고 이기는 시합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감독은 점수를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며 시합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런 시합은 경기를 하고 있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답답하고 지루해 할 것이다.

물론 산업재해의 경우는 재해방지가 기본적 목표이므로 수비만으로도 그 목적을 일정 부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방어적인 접근방식으로는 “재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으니, 다소 과정은 생략해도 될 것이다”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당장 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에 만족하면, 눈에 잘 보이지 않거나 통상 잘 생각하지 못하는 잠재적 재해요인은 놓치게 되고 이는 결국 재해발생으로 연결된다. 재해가 감소하면 안전에 대한 투자의욕도 줄어드는 것은 실제로 많은 기업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방어적인 안전보건에 대비되는 것이 선제적인 안전보건, 즉 적극적인 안전보건이다. 근로자가 산업재해에 의한 부상을 입으면 큰 고통을 받고 자신의 노동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재해를 예방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아픈 것은 싫어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산업재해가 사용자책임이기 때문에 당연히 재해방지에 어느 정도는 힘을 쏟는다. 따라서 방어적인 안전에서 노사의 목적은 완전히 일치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멈추어 버리면 플러스를 가져오는 안전은 실현하지 못한다. 야구로 말하면 점수를 따지 못하는 것이고, 재무제표 상으로 보면 흑자가 나오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선제적 안전관리를 할 경우, 보다 정비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이 실현되며 근로자는 좋은 환경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 자신의 노동능력도 향상된다. 기업은 이와 같은 노동환경의 정비를 통해 보다 높은 생산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비로소 안전제일의 경영철학은 현실이 된다.

안전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는 질병에 걸리는 것을 바라지 않고 그것에 의한 자신의 노동능력의 저하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기업도 직업성질병이 발생하는 것은 기업책임이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는 것이 당연하고 나아가 생활습관병 등의 개인적 질병도 노동능력의 저하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 방지에 관심을 가진다.

여기에서도 질병방지에 대한 노사의 목적은 일치한다. 산업보건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가면 근로자와 기업은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질병방지를 통해 자신의 생활 목표, 즉 행복추구에 순풍이 불게 된다. 건강은 행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고 이것에 의해 생활의 질, 즉 삶의 보람, 일의 보람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산업보건관리에 의해 달성되는 양호한 작업환경, 작업의 쾌적화는 밝고 일하기 좋은 직장을 실현하며 자신의 노동능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를 통해 기업 측에서도 직장이 활성화는 물론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도 얻게 된다. 예컨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정신건강관리의 도입은 정신성 질병을 방지하고 직장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며 활기 있고 생산성 높은 직장을 이루게 한다.

이와 같이 선제적 안전보건관리는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 생산성에 많은 긍정적 영향을 준다. 인명이 중시돼야 할 오늘날 기업의 선진성 여부는 방어적 안전보건에 머무느냐, 선제적 안전보건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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