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은 지난 1989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지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대표적인 강소(强小)기업이다. 그동안 IMF 외환위기, 글로벌 경제위기 등 숱한 고비 속에서 여러 우량기업이 쓰러져갔지만, 오륜은 흔들림 없는 발전을 계속해왔다.

이 전남 여수의 작은 기업이 어떻게 200여명의 사원을 거느린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경영자의 높은 안전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 오륜의 창업자이자 현 경영자인 이기동 대표는 국내 주요 화학회사에서 근무를 하며 IFP공정 등 화학전문과정을 수료한 화학공정전문가로, 설립 초기부터 안전을 경영의 핵심가치로 내세웠다.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안전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이런 이 대표의 굳은 신념에 따라 오륜은 체계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력을 향상시켜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 삼성SDI 등 국내 굴지기업들의 협력사이자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에 부품을 공급하는 핵심 기업으로 거듭났다.

또한 이 대표는 올해 대한산업안전협회로부터 감사패를 수여 받는 등 안전문화 확산에 대한 높은 공로를 대내외에서 인정받았다. 안전경영의 표본으로 올라선 이기동 대표를 찾아 그의 경영방침과 안전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그간 산업안전분야의 발전에 헌신하신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으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하나의 사업장을 이끌고 있는 책임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너무나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 개인적인 노력보다는 생산현장에서 열심히 일한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 덕분에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더불어 적극적인 지원 및 지도에 나서주셨던 이영주 삼성SDI 공장장님의 배려와 대한산업안전협회의 기술적인 조언도 우리 사업장이 안전 사업장으로 거듭나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오륜의 주요 공정과 그에 따른 위험요인에 대해 간략히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플라스틱 엔지니어링 제조업체인 우리 회사는 주로 휴대폰을 비롯해 가전제품, 자동차 및 기타 원료를 만들어 국내에 시판하거나 수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화학공정으로, 그 특성상 분진에 의한 폭발이나 압출기 및 사출기에 의한 고온 화상 등의 위험이 높은 편입니다. 이외에도 지게차에 의한 협착 및 충돌, 회전체에 의한 절상, 중량물 취급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 등의 여러 위험요소도 사업장 곳곳에 잠재해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위험요인에 대처하기 위해 그동안 우리 회사는 KOSHA18001 획득, 전 공정 위험성평가, 위험예지훈련, 지적확인, 작업표준계정 등을 진행해 왔고, 그 결과 미연에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체계가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고 자부합니다. 향후에는 협력업체와 더욱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안전사고 없는 무재해 사업장을 구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평소 안전에 대한 대표님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안전은 모든 일에 최우선한다”라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생산능력도 중요하고 품질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무너지면 결국 모든 일은 허사가 되어 버립니다. 따라서 안전사고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 스스로 안전을 실천하고, 불안전한 요인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특별히 중점을 두는 것은 작업자의 의식향상을 위한 ‘직무교육’입니다. 업무를 모르면 불안전한 요인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어 사고에 쉽게 노출됩니다. 즉 효과적으로 불안전한 요인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교육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에 따라 우리 회사는 작업자 안전교육(매월 2시간), 관리감독자교육(연간 16시간) 등 법정 안전교육을 철저히 실시하는 한편 평상시에 추가적으로 안전교육 및 C-TPM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위험성평가와 위험예지훈련, 지적확인, 아차 잠재 재해 발굴 등의 다양한 안전활동도 수시로 전개하여 사고 및 재해 요인들을 빈틈없이 제거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최근 5년래 주요 수상실적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지난 2010년 삼성SDI 협력부문 C-TPM 최우수업체 선정과 KOSHA18001인증획득을 시작으로 2011년 삼성SDI 자율안전부문 최우수업체 선정, C-TPM 전국대회 동상 입상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또 올해까지 무재해 4배수를 달성 중이고 ISO9001, ISO14001 등 통합인증도 진행 중입니다.


◇다른 회사와 차별화 되는 오륜만의 안전경영방침이 있으신지요?
다소 원론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직원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안전경영의 핵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사업장의 경우 교대근무를 하다 보니 적잖은 근로자들이 생활리듬의 유지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계장(상급자)이 출근 시에 안부를 물으면서 근로자들의 건강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근골격계질환 예방 등 건강관리 차원에서 간단한 체조도 수시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안부를 묻거나 함께 체조를 하는 것이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근로자들이 가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스스로 불안전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마음먹게 되는 동기적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아침에 잠시 안부를 챙기는 것이 작은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안전이라는 용어를 반복적으로 쓰면서 오히려 안전에 무감각해지거나 거부감이 드는 부작용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 신입사원에 대한 밀착관리도 우리 회사만의 안전경영방침이 잘 반영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재통계를 보면 입사 1년 미만의 신입사원들의 사고빈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경우 신입사원에게는 색이 눈에 띄는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하여 인근의 다른 선임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신입사원의 현장적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신입사원 특별안전교육 및 관리자를 통한 멘토링제도 등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압적인 안전관리보다는 부드러운 안전관리를 선호하시는 것 같습니다.
네. 저는 안전을 강조한다는 것이 딱딱한 용어를 써가며 강압적으로 주입하는 것은 큰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하지만 평소 일상생활에서 배려하고 챙겨주는 것이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데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평소 직원들의 생활리듬이나 가정환경에 대한 파악을 적절히 하는 것은 관리자의 몫이지만, 직원들도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직무능력입니다. 직무능력이 안전과 무슨 관련이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사실 안전이라는 것은 본인 스스로 직무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다면 반은 성공한 것입니다. 해야 할 것과 하면 안 될 것을 명확히 알고 있다면 불안전한 행동이 절대 나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전 활동의 저변에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직무능력을 가지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직무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저는 기본적으로 직원들이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 인사고과 반영을 단순히 생산능력, 업무실적이 높은 점뿐만 아니라 잠재성, 노력 등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까지 반영해서 보는 편입니다.

지금 일을 못한다고 주변에서 질책만 이어진다면 더 주눅만 들게 됩니다. 회사 대표로서 이러한 직원들이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직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그에 합당한 고과를 반영하면서, 열심히 노력하지만 아직 잠재력이 발휘되지 않은 직원들이 포기하거나 지치지 않도록 힘을 북돋아 주는 것도 저의 역할입니다. 저희 회사가 주변 업체들에 비해 근속년수가 높은 것도 이 같은 경영방침이 사업장에 충분히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안전보건분야와 관련해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제대로 된 안전정책이 수립되기 위해서는 각 중소업체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나 세부적인 공정에 대한 맞춤형 안전교육 및 대책이 필요합니다. 현재 전체적인 표준매뉴얼은 있지만 각 공정별로 차별화된 안전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현재의 정부정책 중 상당수가 대기업 위주로 맞춰진 것 같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중소기업 및 협력업체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재해를 꿈꾸는 산업현장 경영진 및 근로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회사의 경영과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은 모두 사업주가 지는 것입니다. 사업주는 근로자들을 부하직원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같은 식구,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 직원들이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이행해 준 덕분에 큰 사고 없이 우리 회사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같이 생각하는 오륜의 임직원들이 지속적으로 함께 근무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더불어 우호적 협력관계인 삼성SDI의 지원과 도움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업장에서도 이 같은 협력적인 관계, 신뢰가 바탕이 되는 근무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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