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스템 전원 차단, 인명 피해 키워

124명의 사상자를 낸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건은 안전불감증이 불러 온 총체적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일 경찰은 용접작업 관계자 등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안전점검을 소홀히 한 고양시 공무원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가운데 도주 우려가 있는 관계자 7명이 구속됐다.

경찰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고양종합터미널에서 발생한 화재는 지하 1층 푸드코트 개점준비 공사에서 용접 중 일어난 불티가 새어나온 가스에 옮겨 붙으면서 발생했다. 여기에 불이 보온용 마감재에 번지면서 유독가스가 발생했고 결국 8명 사망, 116명 부상이라는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참고로 보온용 마감재인 ‘우레탄 폼’은 일순간에 폭발적으로 연소하며 유독가스를 방출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경찰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전기, 가스, 소방, 인테리어 등의 공사가 공시다발적으로 진행됐고, 방화시설을 꺼 둔 채 작업을 한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라고 밝혔다.

◇1분 만에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연기 확산
사건 당시 지하 1층에는 방화시설이 모두 꺼져 작동하지 않았다. 또 건물 내부에서 불이 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소방시설 자동연동기능’도 차단돼 있었다.

때문에 화재 직후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고, 이는 곧 건물내부 인원의 대피가 늦어지는 단초를 제공했다. 특히 무엇보다 지하 1층에서 난 불과 연기를 막아주는 방화셔터의 전원이 꺼져 있어 지하 1층에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지상 3층까지 퍼지는데 1분 정도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소방시설 복합수신기 기록을 살펴보면 화재로 인한 연기는 오전 9시 17초에 발생해 56초 뒤인 9시 1분 13초에 지상 1층, 다시 12초 뒤인 오전 9시 1분 25초에 지상 2층과 3층으로 이어졌다.

◇공기단축 위해 무리한 작업 진행
결국 이번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라는 지적이다. 화재에 대비한 가장 기본적인 시설도 무시한 채 전기, 가스 등 동시다발적으로 공사를 진행했던 것이다.

터미널 내에 영화관, 대형마트 등이 들어서 있어 하루 수천명이 이용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소방설비를 그저 공사를 방해하는 장치에 불과하다고 인식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사업체 및 현장소장들은 현장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꼭 이번 화재가 아니었더라도 언제든 다른 유형의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누구 하나라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해를 크게 줄였을 것”이라며 “누구의 책임이 크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공사 관계자 모두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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