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각종 사건사고 소식들이 이제는 불안을 넘어 일상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말 근래 들어 전국 각지에서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언론에서 자극적인 내용만 골라서 보도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생산시설 등이 복잡·다양화됐고, 화학물질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산업현장에서 폭발·화재 등 중대 산업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또한 극심한 도시화와 인구 집중화로 일상생활에서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 역시 커진 것도 사실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것은 주변상황에 불과하다. 핵심적인 것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언제나 그랬듯이 누구의 잘잘못만 논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언제나 따라붙는 말이 있다.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고 진실이다. 이처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사고 원인 분석에 따라 관련 법·제도가 강화되는 일종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우리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국가 안전대진단에도 ‘일회성 사후약방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쉽사리 거두어지질 않고 있다.

산업안전진단은 사업장의 각종 위험공정 및 설비 등에 대한 안전진단을 통해 잠재된 유해·위험성과 유해인자를 도출하고, 그 문제점에 대한 효과적인 개선대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법적 안전진단은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과 추락·폭발·붕괴 등 재해 발행 위험이 현저히 높은 사업장 중 지방고용노동관서로부터 진단명령을 받은 사업장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사고발생 사업장의 위험요소를 발굴·개선하는 것은 물론 동종 유사재해를 예방하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안전진단은 사고 후에야 이뤄진다는 특성상 근본적인 재해예방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때문에 감독당국의 강제적인 진단 명령에 따라 부랴부랴 안전관리에 나서는 것보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기업이 자율적으로 진단과 점검에 나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 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은 선제적인 대응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안전분야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지만 안전과 환경을 무시한 채 무조건적인 이윤 추구에만 매달릴 경우 그 기업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해당 산업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었던 기업들이 중대재해나 환경문제로 한순간에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많이 목격해 왔다.

이제는 안전과 환경을 최우선하지 않는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만큼 사후 대처보다는 사전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가 전향적으로 전개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핵심목표는 기본을 준수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법과 기준이 없어서 사고가 난 것이 아니다. 이를 준수하지 않고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하다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것이다.

산업현장도 마찬가지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안전진단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거의 공통적인 결론을 얻게 된다. 법과 기준이 미비한 것이 아니라 근로자 등이 이를 무시하거나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해가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고 사고의 책임을 무조건 근로자에게 돌리고, 비난할 수는 없다.

기업들은 근로자가 기본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항상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또 이와 같은 안전관리 업무를 시스템화해야 한다.

원칙과 기준을 준수하지 않으면 해당 공정이 진행될 수 없게 인적·설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런 시스템이 현장의 실정에 맞게 적용·운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feedback system’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 이러한 시스템적 안전관리는 기업, 산업현장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법과 제도에만 의지하고 관리하는 수동적인 안전관리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 스스로 안전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확인·조치하는 시스템적인 안전관리를 전개해 나간다면 우리나라는 분명 무재해 안전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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