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기 고려한 조치, 가계부채 증가 부작용은 우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대를 기록하게 됐다. 세계경제 흐름과 국내 경기부양을 고려한 조치지만, 가계부채 증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 금통위 발표 며칠 전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금리인하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어 금통위의 독립성 논란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2.25%에서 2%로 내린 이후 5개월 만에 추가 인하가 단행된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에 진입하게 됐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경기가 침체되는 가운데 물가도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세계 각국이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고금리를 유지하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에서는 전격적인 조치로 비춰진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14명 가운데 105명(92.1%)이 ‘금통위가 3월 기준금리를 현재의 2.00% 수준에서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금리인하 효과가 불확실하고,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 우려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기준금리 인하조치를 한 것은 경기 불확실성이 기존 예상보다 높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2%로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고, 산업활동 동향도 바닥권을 보이고 있어 경기 부양에 대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유로존 등이 시장에 통화를 푸는 대규모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등 저환율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국내 금리가 높게 되면 기업들의 수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주열 총재는 “각국의 환율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수출 때문으로 유로지역 수출비중은 9%정도”라면서 “이 지역 수출이 많기 때문에 유로 환율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데 고심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는 가계부채다. 그간 저금리 기조로 급증한 가계부채를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더욱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우리경제의 뇌관이라는 분석이 있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주요 47개국의 부채를 비교분석한 결과 한국은 “소득 대비 부채 수준이 최상위권”으로 “가처분 소득 중 원리금 상환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금리 전격 인하...기재부 입김 작용했나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계속적으로 시그널을 보낸 것이 금통위에는 적지 않은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이 개최한 수요정책포럼 강연에서 “금리인하는 유동성을 공급해 경제를 돌아가게 하려는 것”이라며 사실상 한은을 압박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한국석유공사에서 진행된 기업인 초청간담회에서 “금리인하는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주고 금융시장 경로를 통해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또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도 10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주체들이 힘을 한데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통위가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정부 압력에 밀려 독립성이 훼손된 결정을 한 듯한 인상도 풍기고 있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금리인하는 금통위 스스로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서 “금통위가 경기 인식에 대한 변화를 바탕으로 이번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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