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5년 6월 29일은 전(戰) 후 폐허를 딛고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며 ‘한강의 기적’을 낳았던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한순간에 무너진 날이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서서 우리나라의 풍요로움과 부유함을 상징하던 삼풍백화점이 거짓말처럼 20초 만에 붕괴된 것이다.

현장에 있던 손님과 백화점 직원 등 무려 502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937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게다가 6명은 아직까지 생사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며, 사고로 인한 피해액만도 약 2700억원에 달한다. 단일 사고로는 최대의 인명 피해를 낸 건국 이후 최악의 참사였다.

삼풍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민관(民官)의 불법과 비리, 안전불감증이 합쳐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이 사고 직후 우리 사회는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1년 전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이어 벌어진 대형참사라 국민의 충격이 상당히 컸다. 때문에 사고로 인한 사회적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정부는 이 여파를 수습코자 고심을 했고, 그 결과물로 발표된 대책이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범국가적 차원의 안전관리체계가 구축되는 등 제법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얼마가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대증적인 대응요법, 근시안적인 안전투자, 저비용 구조에 떠밀린 부실체계는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형사고가 계속된 것이다.

화성 씨랜드 참사(1999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2003년), 세월호 참사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모두 피해 규모가 크고 작다는 차이만 있을 뿐 삼풍 사고가 일어난 원인과 놀랍게 닮아 있다.

이들 사고의 배경에는 근원적인 해법을 담고 있지 못한 제도와 정책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 상당히 미흡한 국민 안전의식이었다. 법의 준수를 미련하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고, ‘빨리빨리’를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가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으니 어찌 보면 계속되는 사고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다못해 사고책임자에 대한 처벌이라도 강력해야 최소한 법적인 사항이라도 준수를 할 텐데, 그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희생자는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겼는데 사고 관계자나 책임자의 처벌은 예나 지금이나 미약하기만 하다.

안전사회의 구현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간단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임은 틀림없다. 우선 가장 시급한 일은 국민의 안전에 대한 의식과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안전불감증 및 안전무시증’ 극복을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의식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고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안전은 곧 생명이다.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과거지만 삼풍 사고나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인식하며 선진 사례들을 귀감으로 삼아 하나씩 실천해 간다면 우리도 비로소 ‘위험사회’를 넘어 ‘안전사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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