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에 더해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 등 각종 산업재해까지, 우리 주변 곳곳에서 다양한 재난재해의 발생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재난재해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전 대응책을 마련하고 선제적으로 재난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매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실시하여 국가적 차원의 안전관리역량을 점검하는 한편 재난대응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도 역시 국민안전처를 주축으로 지난 5월 18일부터 5월 22일까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2015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 거행됐다.

특히 올해 훈련은 정부와 국가 중심으로 진행되던 예년과 달리 기업과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중심훈련이 더욱 강화되어 주목을 받았다. 기존 3일이었던 훈련기간이 5일로 확대되었으며 육상, 해상, 공중 등 육·해·공 모두에서 발생 가능한 사고유형 대부분을 놓고 수색, 구조, 구급 등 종합적인 훈련이 전개됐다.

또 실제 재난발생시 유기적인 현장 지휘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간의 지휘체계를 점검하는 통합연계 훈련도 실시됐다.

이밖에 정부는 ▲국민생명 보호를 위한 초기대응훈련 강화 ▲불시훈련 및 실행기반훈련 강화로 실전대응역량 제고 ▲협업대응훈련으로 유기적 재난대응체계 마련 ▲국민과 함께하는 체감형 훈련 실시 등 목표로 내세운 바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훈련을 다각적으로 실시했다.

계획과 실행적인 면 모두에서 성공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몇몇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훈련에서 보여 준 행태다. 일례로 한 공공기관의 경우 위기대응능력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불시에 훈련을 실시해야 함에도 이미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 상태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세부적인 진행상태도 미흡하긴 마찬가지였다. 훈련 취지에 맞게 전원이 참석해야 했음에도 일부 용역업체 근로자만 참여를 시키거나, 비상대피를 완료하고도 인원파악 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훈련 중에 창가에서 구경을 하는 방관자가 있었던 것은 물론 훈련은 뒷전이고 보고용 사진만 찍고 있는 직원도 있었다.

현장의 대응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업에서도 이런 허술한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유해화학물질을 다량으로 취급, 사용하는 모 대기업의 경우 올해 안전한국훈련 때 전 직원이 참여를 했다. 헌데 참여율만 좋았을 뿐 기존 보여주기식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비상시 대피장소로 한 곳만 지정을 하여 신속대응팀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이 대피를 하였는데, 이는 사업장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였다.

이 사업장은 유해화학물질을 다량으로 취급하고 있는 사업장이었다. 즉 대피 시 가장 염두에 두었어야 하는 사항은 ‘유해화학물질의 대기 중 확산’이었다. 따라서 대피를 할 때는 우선적으로 바람의 방향을 생각했어야 했다. 헌데 이곳은 그저 지정장소로 전 직원을 대피시키는 것에만 급급했다. 만약 이것이 실제 상황이었고, 바람의 방향이 직원들이 모인 대피소 방향이었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훈련의 효과를 제대로 거두기 위해서는 대피장소를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최소 두 곳 이상 지정했어야 했고, 지휘통제자는 대피 시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지시를 했어야 했다.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대부분 우수한 재난대응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매뉴얼이 아무리 좋아도 정작 현장에서 실행이 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얼마 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울산의 모 화학공장 역시 위기대응 시스템이 매우 잘 갖추어진 사업장이었다. 헌데 근로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매뉴얼대로 실천하지 못해서 큰 사고피해를 입게 됐다.

재난대응훈련은 Paperworking이나 Discussion으로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다. 현장에서 반복 훈련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을 하고, 몸에 익숙해지도록 하여 상황발생시 어떠한 환경에서도 Reflex action으로 옮겨지도록 해야 한다.

가정과 사업장, 나아가 국가에서도 주인은 본인이다.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나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한다. 안전은 국가가 또는 사업주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 스스로가 안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재난대응 훈련에 임해야지만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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