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준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철저한 분석 없는 준설은 도리어 하천의 안전성 해쳐


여름철이 되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의 발생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이러한 산사태나 토석류로부터 인명이나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안전대책은 사방댐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방댐은 1986년부터 산사태 피해예방을 위해 시공되었으며,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에는 산사태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800개 이상이 설치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방댐의 시공이 아닌 준설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준설이란 일반적으로 댐이나 하천에 쌓여있는 모래나 자갈 등을 퍼내어 저수 기능을 높이거나 하천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토사가 가득 차 있는 사방댐을 준설하게 되면 그 만큼 토사를 가둘 수 있는 저사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사방댐을 새로 설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산림청에 의하면 2014년에는 540개의 사방댐을 준설하였으며, 올해에도 사방댐 501개를 준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토사로 인해 더 이상 저사 기능이 없는 사방댐을 준설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언론을 통해 자주 언급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그러나 이는 사방댐의 기능을 너무 단편적으로 이해한 측면이 없지 않다.

사방댐은 단지 토사를 가두는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계류(溪流)를 가로질러 설치되는 사방댐은 상류로부터 흘러내려오는 토사나 자갈 등을 퇴적시켜 계류 바닥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사방댐의 높이만큼 토사가 쌓이게 되면 사방댐 상류의 계류 경사가 그만큼 완만해지고, 이에 따라 물의 흐름 속도가 느려져 자갈이나 모래 등을 운반할 수 있는 물의 소류력(tractive force)이 줄어든다. 사방댐이 설치된 계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안정적인 계류 상태를 유지한다.

계류의 상류에 위치한 사방댐은 일반적으로 계류의 바닥기울기를 완만하게 하여 돌이나 자갈 등이 쉽게 이동되지 않도록 한다. 반대로 주거지나 농경지에 접해 설치되는 사방댐은 직접적으로 토사나 유목을 저지하여 토석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일반적인 콘크리트사방댐은 계류의 안정과 저사 기능을 모두 가지는 경우가 많으며, 슬리트댐이나 스크린댐과 같은 투과형댐은 돌이나 유목을 가두기 위해 주로 설치한다. 그러므로 사방댐의 준설은 사방댐이 가지는 이러한 기능적인 면을 고려하여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토석류를 저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사방댐은 적극적인 준설을 통해 저사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좋으며, 계류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사방댐은 준설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콘돌프(G. M. Kondolf) 교수에 의하면, 준설을 통해 하천의 모래나 자갈을 제거하면 물이 운반해야할 토사가 부족한 배고픈 하천(hungry water) 상태가 되고 이를 채우기 위해 하천 바닥이나 계곡부를 침식하여 결국에는 하천이 불안정해 진다는 것이다. 사방댐을 인위적으로 준설하면 계류도 이러한 배고픈 상태에 놓이게 된다. 오랫동안 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는 사방댐을 준설하면 부분적으로 계류의 경사가 급해지고 토사 운송의 균형이 무너져 더 많은 침식이 발생할 수도 있다.

10만개가 넘는 사방댐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사방댐 준설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물을 가두는 일반적인 댐이나 저수지와 달리 사방댐의 기능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미 언론에서 언급한 바대로 일부 사방댐의 경우에는 토사 퇴적으로 인해 잃어버린 저사 기능을 준설을 통해 조속히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사업추진을 위한 충분한 예산확보와 함께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기술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사방댐 준설로 인한 저사 용량의 증가, 계류의 흐름 변화, 계류 안정 등에 대해서도 사방공학 및 토목기술적 측면에서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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