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태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본부장

 


관계기관 힘만으론 신속한 대처 어려워…국민 협력 필수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쪽 약 60km 지점에서 규모 8.9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그 뒤로부터 약 7시간 뒤 지진해일(일명 쓰나미)이 태국 푸켓 해안을 강타했다. 이 지진으로 30여만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으며, 이 가운데 우리 국민 18명도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당시 필자는 駐태국 대한민국대사관에서 경찰영사로 근무 중이었다. 피해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가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우리 국민의 피해 수습활동을 진두지휘하였다.

사고 이후 한동안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며, 지금도 당시의 처참했던 피해현장이 머릿속에 잔상으로 생생히 남아있다. 그때 필자는 자연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때문에 큰 심적 고통을 겪어야했다. 또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의 사명을 가진 경찰관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이러한 난고(難苦)들을 헤쳐 나가야 될 지에 대한 고민 속에 수많은 밤을 고뇌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났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국민안전처가 신설되었고, 필자는 초대 해양경비안전본부장으로 취임하였다. 취임의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필자의 어깨를 짓눌렀다. 10년 전 쓰나미 사고가 머릿속에 다시 생생해지는 느낌이었다. 누구보다 그 고통을 잘 아는 나였기에, 경찰관 본연의 사명을 수행해야할 때가 왔다고 스스로 다짐을 하면서 굳은 결의를 다졌다.

바다에서 긴급구조임무를 수행하는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대비 활동 핵심은 ‘훈련’이다. 이런 이유로 작년 취임 이후 지금까지 해양재난에 대비한 대응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훈련에 전력을 다해왔다. 바다 위에서 흘리는 우리의 땀방울만이 바다의 수호신 ‘포세이돈’을 위로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 바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필자가 지금까지 다소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해양재난은 우리가 혼자서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해양에서 다수의 인명사고가 발생하여 신속한 구조활동이 필요하나, 수색구조 책임기관의 능력만으로는 이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대규모 수색구조활동을 가리켜 MRO(대규모 인명구조작전, Mass Rescue Operation)라고 정의한다. 이런 정의가 있을 정도로 해양재난은 혼자가 모든 걸 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때문에 반드시 함께 해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앞으로는 2가지에 집중해 볼 생각이다. 첫째는 ‘함께하는 훈련’이며, 둘째는 ‘국제 해상수색구조 협력체계 강화’이다.

우선, ‘함께하는 훈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객선 등 다중이용선박의 구명장비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조사하고 선원들과 함께 승객들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다. 물론 ‘수난구호법’ 개정(2015년 7월 24일 공포)을 통해 조난선박 선원의 구조의무를 명시하고 수난구호협력기관 및 민간단체 등과 공동으로 매년 수난대비 기본훈련을 실시하도록 법제화 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병행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바다는 국가와 국가를 연결해 주는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주변국가들과 국제 수색구조 협력체계를 강화하여 안전한 바다의 범위를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 5월에는 인도네시아 국가수색구조청과 협력약정을 체결하였으며, 8월에는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인접 국가들과의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더 나아가 국제훈련을 정례화하는 등 원해 해양재난 대응역량을 지속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바다의 안전은 ‘함께 지키는 것’이다. 그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우리가 함께 준비하고 헤쳐 나가려고 노력한다면 그 고통은 반이 될 것이며 바다의 신 ‘포세이돈’ 조차도 우리의 마음을 헤아려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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