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은 김해중앙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센터장

 

지난 6월에는 원전 가동 관련 설비의 점검을 위하여 ‘휴전 작업’을 한 뒤 리셋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완료 사인을 보내어 약 100억 원의 손실이 초래된 사건이 있었다. 또 울산 모 화학공장에서는 협력사 근로자들이 용접작업을 하던 중 잔류가스(메탄)에 의한 점화로 폭발사고가 발생해 7명이 사상한 사고도 있었다. 이외에도 산업현장의 각종 안전사고 소식이 연일 언론의 지면에 실리고 있다.

이처럼 휴먼에러에 의한 사고소식을 접할 때마다 작업자의 기본적이고 충실한 안전점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매번 느낀다. 이와 함께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휴먼에러의 심각성 또한 실감하고 있다.

휴먼에러는 경로, 관리상태, 과실, 위반 등 다양한 원인에 기인하여 여러 가지 형태로 다발하고 있다. 여러 원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을 경시하는 경영진의 마인드’와 ‘비용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들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작업자의 업무몰입과 집중도의 저하 ▲고정관념에 젖은 사고 ▲판단의 거리낌이 없는 위반적인 행태 등도 재해를 불러오는 주요 원인들이다. 특히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해당 기업의 정규직 근로자가 유해·위험한 작업을 꺼린다는 이유와 함께, 위험 시설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를 하기 대신 비용절감의 일환으로 유해·위험작업의 외주화를 택하면서 이에 따른 사고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위험을 마주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어떻게 보면 회피를 하려는 모습을 더 많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 수습을 맡았던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작년 12월 24일 열린 퇴임식에서 편안할 때도 항상 위기에 대비하라는 ‘거안사위’를 언급하며, ‘거안사위’의 정신자세를 한순간이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발언과 소신 덕분에 많은 국민들은 이 장관을 ‘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고, 마지막에 나오다)’의 위기대응 안전철학을 다소나마 지키고 실천한 장관으로 기억하고 있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안전제일을 구호로만 외치는 보여주기식 안전경영을 해서는 안 된다. 현실성 있는 사고예방 현장 맞춤형 제도와 함께 통상작업이나 위험작업에 대한 구분이 없는 효과적인 사전 안전점검을 실행하는 것이 요구된다. 아울러 협력사에 대한 안전투자와 지원도 진정한 동반성장의 Collaboration 달성을 위한 필수요소다. 생산현장의 사고 예방과 협력사와의 관계에서 Collaboration의 핵심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본다.

여기서 우리 조직은, 또 우리 회사는 거안사위의 안전철학을 바탕으로 협력사와 함께 공존 공생하는 고신뢰 조직의 여건을 구성하고 있는가 한 번 반문해보자. 원청의 운영 생산라인이나 협력사 관리조건에서의 작은 실패 이른바 아차사고(near miss) 등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관심과 감지가 잘 되고 있는지를 잘 살펴보길 바란다. 특히 처벌과 불이익이 두려워 은폐를 하거나 더 큰 재앙이 있음을 알면서도 상호간 원활한 소통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 이는 결국 화마로 이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협력사와 연계한 동반관리 및 동반의기투합의 ‘Collaboration’이 되어야만 위기대응에 대한 일상화가 가능하다. 더불어 위기상황을 함께 예측하고 끊임없이 준비해야 위기상황에 대한 적응력도 제고될 수 있다.

미국 버클리대 경영학과 교수인 칼린 로버츠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면, 상상할 수 없었던 최악의 경우에도 대응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협력사는 물론 전 조직원들의 굳건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 권한을 조직 전체에 과감하게 분산할 것도 조언했다. 그래야 조직은 위기 앞에서 ‘운명공동체’라는 의식을 기반으로 구성원 개개인이 행동강령과 안전규칙에 기반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원청과 협력사가 고신뢰 조직을 구축하는 것은 일상업무에서 효율성이 다소 감소할 수 있다. 또한 비용투자가 꽤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상황 시 Collaboration의 뛰어난 대응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보다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에 나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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