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종 삼성물산 리조트건설부문(에버랜드) 상무

 


“디테일 하지 않으면 예방할 수 없다”
업무 수행시 의사결정의 최우선 순위는 ‘안전’

미국의 디즈니월드나 유니버셜스튜디오, 일본의 도쿄디즈니랜드 등 해외 유명한 놀이공원을 다녀온 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의 환상적인 놀이시설과 함께 철저한 안전관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모르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해외 유명 놀이공원 보다도 더 우수한 안전관리를 전개하고 더 적게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놀이공원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경기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다. 매년 870여만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고 있지만, 한 해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도쿄디즈니랜드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나마도 대부분 경미한 안전사고다. 직원 및 협력사와 단기 계약직 근로자(아르바이트 학생), 그리고 관람객 모두의 행복을 위한 안전보건활동으로, 대규모 놀이공원 안전관리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유인종 삼성물산 리조트건설부문(에버랜드) 상무를 만나봤다.


Q. 회사와 상무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삼성물산은 크게 건설과 상사, 패션, 리조트건설 등 네 가지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저희 에버랜드와 캐리비안 베이, 골프장은 리조트건설부문에 속해 있습니다. 저는 리조트건설부문 본사 Q-SHE팀을 맡고 있으며 부문 산하 시설 모두의 시공 및 서비스의 품질과 안전환경관리 전반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말씀드리면, 에버랜드와 캐리비안 베이 내 모든 어트랙션(놀이시설)과 공사, 전력, 설비 등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를 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일반적인 사업장과는 안전관리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흔히 놀이공원에 대해 산업현장처럼 위험 기계·기구나 위험작업이 없으니 안전관리가 수월할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입니다. 저의 경우 이곳에 오기 전까지 중공업종인 삼성코닝에서 약 20년간 안전관리 업무를 했는데, 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놀이공원의 안전관리 또한 제조나 건설현장 못지 않게 어렵습니다. 오히려 더 까다롭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우선 놀이공원은 폐쇄된 현장이 아니라 사업장의 모든 면이 외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내외부의 모든 위험요인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또 인력관리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반 산업현장은 직원과 협력업체만 관리하면 되지만, 이곳은 우리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그리고 3~6개월 정도 근무를 하는 아르바이트 근로자가 약 3000여명에 달합니다. 게다가 매년 870여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방문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문객 중에는 영유아나 노약자, 장애인 등 안전 취약 계층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방대하고 다양한 인력구조 속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관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울 리 없습니다. 때문에 매우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며, 디테일한 예방활동이 필수적입니다.


Q. 에버랜드의 안전수준은 주요 선진국의 놀이공원과 비교해 어느 정도 입니까?

7~8년 전만 해도 도쿄디즈니랜드 등 해외 유명 놀이공원과 비교해 상당히 뒤처지는 수준이었습니다. 일례로 당시 고객사고발생율이 도쿄디즈니랜드보다 약 1.5배나 높았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회사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일어났고,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안전혁신의 움직임은 제가 부임한 2009년부터 본격화됐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놀이공원답게 ‘월드클래스 안전파크’를 구축해보자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임직원 모두가 노력한 결과, 지금은 직원 및 협력업체사고, 고객사고 등 모든 분야에서 도쿄디즈니랜드보다 사고발생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Q. 그간 전개해온 주요 안전활동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사장님을 비롯한 경영진 모두가 안전 최우선의 경영방침을 선포하고 안전환경제도와 안전인프라를 새롭게 정비했습니다.

이어 기존 시설은 전수 정밀안전진단과 점검을 통해 문제점을 모두 개선하고 새롭게 도입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2차, 3차에 걸쳐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된 후에야 운영에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저희는 이것을 FAT(Final Acceptance Test)라고 합니다. 특히 어린이, 장애인, 노약자 등이 많이 찾는 점을 감안해 모든 시설과 설비에는 오조작이나 실수 등의 어떤 휴먼에러가 발생해도 절대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하는 페일세이프(Fail safe)와 풀푸르프(Fool-Proof) 시스템을 적용시켰습니다.

이외 ‘클리어(Clear) 300’ 등 다양한 안전보건활동도 적극 전개해 오고 있습니다. 이 활동은 1 : 29 : 300으로 유명한 하인리히의 사고발생이론에서 착안한 것으로, 아차사고 300건을 클리어하게해서 재해를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게 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 직원이 자율적인 위험요인 발굴개선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직원들의 안전실천을 습관화하기 위한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세이프티 골든 룰(Safety Golden Rules)’을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과거 수 십 년간 발생했던 사고사례를 분석한 후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직장 및 생활안전수칙을 10가지로 요약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보행, 운전자 안전 ▲운반작업 안전 ▲수공구(보조기구) 사용 ▲안전 인증품 사용 ▲설비 보수작업 안전 기준 ▲화재 안전기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이 수칙을 휴대가 간편한 카드형태로 제작, 배포하여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에버랜드의 경우 체계적인 위기상황 비상훈련이 매우 유명합니다.

경주 모 리조트체육관 붕괴사고 당시 학생들의 대피를 이끌었던 한 학생이 어느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비상대응절차를 에버랜드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 배웠다고 얘기해 저희 회사의 위기상황 비상훈련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회사의 훈련 체계를 가장 잘 보여준 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단 하루를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이라도 비상대응절차를 교육하고, 훈련하여 몸에 익힐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철저한 훈련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도에 지구마을이라는 놀이시설에서 발생했던 화재사고가 이를 증명하는 또 다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큰 화재사고였음에도 부상자 한 명 발생하지 않고 모든 고객과 직원을 안전하게 대피하게 했으며, 이때 모든 손님이 탈출을 하도록 안내를 하고 다시 남아있는 손님이 없는지 재확인을 한 후 최종적으로 대피를 할 때까지 걸렸던 시간도 대피 목표시간인 3분 이내에 불과했습니다.


Q. 안전보건과 관련한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올해 우리의 계획은 고객, 협력사, 직원을 통틀어 한 자리수의 재해자(경미사고)를 달성하는 것 즉 ‘싱글 디지트(Single-Digit)’입니다. 한 해 87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3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환경을 감안하면 달성이 쉽지 않은 것이지만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월드클래스 안전파크’에 한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전 임직원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놀이공원이 아닌 안전문화의 모범을 보이고 전국민 안전교육의 장이 되기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자 합니다. 에버랜드에는 어린이 청소년 등 평소 안전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람들도 많이 방문을 합니다. 또한, 에버랜드를 찾는 손님 이외에도 많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근로자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금은 우리 사업장의 손님이자 아르바이트 학생이지만 멀리 보면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입니다. 이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문화를 습득케하고, 안전을 체득화 하게 하여 안전한 삶을 살도록 함으로써 다시 이들이 우리나라의 안전문화를 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저희의 노력이 안전 선진국 대한민국을 실현하는데 이바지 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도 지금처럼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