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진 국민안전처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안전을 잃은 뒤 규제를 고치는 일은 없어야


지난해 많은 희생자를 내고 온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사고의 교훈 중 하나는 규제를 완화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규제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세월호 사고도 선박 연령기준, 여객선 안전점검 기준, 차량적재 기준 등 안전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한 것이 사고의 결정적 이유 중 하나였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 정부는 해당 분야에서 안전 관련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령을 제·개정하는 작업을 지속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이러한 기조를 정책방향에도 반영하여 2015년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은 경제활성화와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규제는 과감히 혁파하되, 국민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되는 규제는 합리화하는 Two-Track의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다.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 내용에도 규제정비시 생명,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도록 하는 등 안전과 관련된 규제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국민안전처도 출범과 동시에 각종 재난과 사고로부터 좀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주길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규제를 강화하고,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는 노력을 전개해 왔다.

과거 사고에서 문제가 된 기준이나 제도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지난해 고양종합버스터미널 화재 이후 공사장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임시소방시설 설치기준을 마련한 것이나, 유·도선 사업자 등의 안전운항 의무를 개선하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화재에 취약한 공동주택이나 숙박, 의료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거실 등에 ‘열감지기’보다는 감지시간이 빠른 ‘연기감지기’ 도입을 제도화하는 것도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분야이다. 실례로 21명의 사망자를 낸 장성요양병원 화재를 거울삼아 스프링클러 시설 등 설치를 의무화한 이래, 지난 4월 전남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화재에서는 스프링클러 등 소화장비 적기 작동으로 초기진화에 성공, 인명피해를 예방한 효과가 있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서 규제의 정도가 지나치거나 영세한 업체들에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지역에 따라 주택의 가치에 차이가 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1가구 2주택이면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던 것을 허용하도록 한 것이나, 처리기관과 장소가 구분되어 있던 소방시설업의 등록, 변경, 지위승계 업무를 단일화한 것이 이런 예에 해당된다.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소방산업체가 일시적인 자본금 감소로 등록기준에 미달한 경우 행정처분을 유예해 주거나 소방산업체의 창업과 소방기술의 사업화를 촉진하는 등의 노력은 재난안전관리 연속성과 전문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규제개선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큰 점은 세월호 사고로 반짝 올라갔던 안전에 필요한 법이나 제도에 대한 관심이 불과 1년이 지나면서 다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의 관심사가 개인의 관심사로 축소되면서 상황에 따라 규제대상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규제의 효율성과 비용을 문제 삼고 있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소를 잃고 후회하기 전에 외양간을 잘 유지,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외양간이 기울어 있는데 그냥 두거나, 부품이나 벽돌을 다른데 쓰려고 하나하나 빼낼 생각을 하면 안 되겠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모두에게 필요한 재난안전 기준을 잘 정립하고 있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불필요하다고 해서 어느 순간부터 하나하나 완화시키거나 없애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정부의 규제정책에 안전에 대한 고려를 천명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되고 그 원칙 아래 각 부처의 판단과 민·관으로 구성된 규제개혁추진단 등의 엄격한 검토를 통해 강화와 완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안전관련 규제정책이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