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원 국민안전처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 교수

 

지진 발생시 현재위치에 도달하는 시간 알 수 있어 안전조치 가능

전 지구적 지진 발생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1시 39분,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파키스탄 접경지역에서 규모 7.5의 강진이 발생하였다.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소 300명이 사망하고 1700여 명이 부상했다고 한다.

당시 지진은 지난해 4월 일어난 규모 7.8의 네팔 지진 이후 불과 6개월만에 발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네팔 지진과 아프가니스탄 지진 모두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곳에서 발생해 두 지진간에 연관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지진은 이제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2011년 3월 인접국인 일본에서 규모 9.0의 지진과 이로 인한 쓰나미 등으로 인해 1만6000명에 가까운 고귀한 인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계기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규모 5.0 이상의 지진을 총 다섯 차례나 겪었으며, 1990년대 이후로는 지진 발생빈도가 뚜렷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학계 일부에서는 한반도가 비록 유라시아판 내에 있으나 유사 이래 다수의 지진을 겪었으며, 최근 200년 동안 지진활동이 비교적 잠잠한 것을 볼 때 지진을 유발하는 에너지가 상당부분 축적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한반도에서의 강진 발생 확률이 결코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국민 개개인이 그 순간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는지의 여부가 개개인의 생존여부와 직결된다 할 것이다.

지진대국 일본에서는 이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하여 ‘긴급지진속보’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지진발생 후 큰 흔들림이 도달하는 수초~수십초 전에 경보를 발령하기 위한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의 하나로, 2007년 10월부터 일본 전역의 주민을 대상으로 운용을 개시한 세계 최초의 시스템이다.

본 시스템은 지진발생 직후에 진원에 가까운 관측점의 지진계에서 포착된 지진파의 데이터를 해석하여 진원의 위치와 지진의 규모를 즉시 추정함으로써, 각지에서의 본진 도달시각과 진도를 추정하여 조속히 알려준다. 따라서 본진 도달전의 약간의 시간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육지로부터 떨어진 곳에서 발생하는 해구형 대지진에 대하여 연안 도시에서 수초에서 수십 초의 유예시간을 얻을 수 있어 지진재해의 경감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이와 같은 시스템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일본의 지진 관측망은 매우 고밀도로 설치되어 있다. 다시 말해, 감도가 대단히 높은 가속도계 및 속도계가 전 국토에 매우 촘촘히 설치되어 있어 상술한 지진예보의 구현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정보 특성상 조속한 예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에, 일본 대부분의 방송사는 이를 토대로 속보 자동 송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방송에서는 경보음과 함께 긴급지진속보 자막 및 큰 흔들림이 예측되는 도도부현(일본의 행정구역)명이 즉각 표시되고, 정규방송 중지 및 뉴스 스튜디오의 화면으로 전환한다. 아나운서는 지진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를 전달함과 동시에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주의를 환기한다. 이와 함께, 일본 내에서 출시되는 모든 휴대전화는 긴급지진속보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며, 그 외의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관련 앱을 설치함으로써 지진 발생시 자신의 현재위치에 도달하는 지진의 진도 및 도달시간의 카운트다운이 이루어져 안전조치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이 각 방송사에 도입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재 공중파 4사(KBS, MBC, SBS, EBS), 종편 4사(TV조선, JTBC, 채널A, MBN) 및 뉴스전문 채널(연합뉴스TV, YTN)에 본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는 상태이다. 또한, 국민안전처에서 발신하는 각종 재난정보 메시지를 휴대전화를 통해 수신하게 된 것 또한 국민의 안전에 기여하게 된 바 크다.

기상청에서도 2020년까지 지진조기경보체제 확립을 목표로 지진관측망을 확충하고 지진조기분석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국민안전처 및 각 방송사와 연계하여 지진 발생시 최단시간 내에 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기술을 구축하고, 나아가 위치별 지진 도달시간 및 규모까지 통보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의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미증유의 지진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국민의 희생을 최소화함으로써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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