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 및 근로자의 의식변화 위한 지원정책 병행돼야

우리나라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사업장수로는 전체 사업장 수의 97%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재해자 수로는 전체 재해자수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즉 산업재해의 대부분이 중소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수치는 우리나라 안전정책의 중심이 대기업이 아니라,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우리나라의 안전정책은 자율적인 안전관리체계의 정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소규모사업장은 정작 이런 주류에서는 비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해 대다수 소규모사업장의 경우 자율안전관리를 논하기에는 아직 제대로된 안전관리체계의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선임 의무화 제도의 도입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강화시켜 우리나라 전체 재해율 저하 및 안전관리문화 확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될 때의 얘기다. 만약 제도가 단순히 안전보건관리담당자의 선임에 대한 책임 전가 형태에서 그친다면, 기업의 소요비용과 갈등만 증가시킬 것이 분명하다.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선임 의무화 제도는 소규모 사업장에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이자 기회가 되어야 한다. 안전문화 확산은 사고 감소를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이지만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화란 오랫동안의 경험과 행동에 의하여 습득된 것으로, 문화를 바꾸는 것은 기업을 새로 만드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소규모 사업장의 진정한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선임제도 도입 등 법적인 부분과 함께 경영자 및 근로자의 의식변화를 위한 장기적인 지원정책 등이 지속적으로 병행되어야만 한다.

이런 점을 감안, 정부에서는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거듭 밝히고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가치인식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부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임을 인식하고 있듯이, 사업장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가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임을 먼저 인식하여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와, 변화를 통한 실천을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에서 취약한 정보에 대하여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하나의 방법으로 사회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정보 활용 시스템을 안전분야에도 도입해야 한다. 빅데이터의 활용은 안전분야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자료와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등 국가기관과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전문기관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 기관들이 그동안 쌓은 데이터에서 규모 및 업종별 안전관리체계 구축 방법, 효율적인 안전관리기법 등 안전 관련 정보를 추출하여 빅데이터로 관리하고, 다시 이것을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안전정보 취득 및 활용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획기적인 산업재해 감소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발걸음이 시작되고 있다. 이것이 단순히 법적 규제가 아닌 안전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한 진정한 안전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사·민·정 모든 안전 관계자의 노력과 지혜가 모아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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