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무엇이든 쉽게 잊는다는 것이다. 물론 좋지 않은 기억은 빨리 머리에서 지우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절대 쉽게 잊어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안전사고에 대한 기억’이다.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이며, 전에 발생했던 사고다. 즉 사고유형을 기억해 미리 대응조치를 하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다. 하지만 이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음에도 실천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사고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예방을 위한 안전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안전문화란 안전제일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모든 활동이 안전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회문화를 말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의 구체적 실현을 위한 행동양식과 사고방식, 태도 등의 총체적 의미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우리사회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형참사가 터지면 나라에 온통 비상이 걸리지만 적색등이 꺼지면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은 다시 재현되고 반복된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국민들은 모두 자신의 일처럼 분노한다. 정부는 재해 현장을 긴급점검하고 각종 대책을 발표한다. 또 향후 우리 사회에 안전수칙을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안전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제재를 지속 발굴·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런 일련의 패턴이 진행되면 국민들은 다시는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재발되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다시 우리 사회는 순식간에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만다.

많은 운전자가 안전벨트 착용을 여전히 귀찮아하고 있으며 산업현장에서는 ‘설마 이 정도쯤이야’하는 안전불감증이 아직까지 만연돼 있다. 도처에서 스스로 만든 규율조차 지키지 않는 경우가 쉽게 목격되는 것이다.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을 위해서 정부는 애쓰는 모습인데 정작 행동의 변화는 없는 것이다. 이는 국민 상당수가 안전을 남의 일, 정부가 할 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전은 우리 모두의 공동의무다. 남이 해주길 바랄 것이 아니라 나부터 안전의식을 몸에 심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재난예방을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의 안전문화가 필요한 시대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실천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안전문화는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니고, 모든 재해는 분명히 예방할 수 있다.

안전은 엄숙하고 강제적인 규율이 아니라, 스스로 지켜가는 즐거운 문화라는 것을 모든 국민들이 몸으로 느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즐거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근심, 걱정, 불만으로 마음이 불편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되고, 안전에 대한 마음가짐이 흐트러지게 되고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사고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쉽다. 그저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안전수칙을 지키고 실천하면 된다. 차량 운행시에는 정지선을 지키고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된다. 산업현장에서는 보호구를 착용하고 안전수칙을 준수하면 된다.

결코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닌 사소한 작은 실천이 안전문화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자신부터 스스로의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면 이것은 곧 국민 모두의 안전에 대한 인식변화로 이어진다. 그럼 안전은 문화가 된다. 그리고 이 안전문화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뿌리뽑고 사고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차단시킨다. 이제는 안전이 관심의 대상이 아닌 실천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국민, 국가가 한마음으로 뭉쳐야 하는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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