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문화 정착은 국민행복의 시작

대한민국 노동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은 동대문 평화시장의 재단사였던 ‘전태일 열사’를 꼽을 것이다.

1960~1970년대에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로 그의 삶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은 당시 사회안전망이 근로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때문에 그의 죽음은 한국 노동운동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22살의 평범한 봉제 근로자가 죽음과 맞서면서까지 정부와 기업들에게 한 소리는 “근로기준법을 지키라”,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시키지 말라” 등이었다. 이후 근로기준법이 수차례 개정되면서 오늘날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됐다.

산업안전 분야에도 전태일 열사의 죽음만큼이나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지난 1981년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 것이다. 이 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시키기 위해 제정됐다. 1990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들 법규들은 제정된 지 20~30여년이 지난 것이다. 어찌보면 지금은 당연히 모든 이들이 법규 사항을 준수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매년 전국에서 9만여명에 달하는 재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산안법은 우리사회에 정착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사업주에게 안전을 지켜 달라고 정정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근로자, 산안법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업주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한 해에만 중소도시 인구보다 많은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부상을 당하고, 한 아파트 단지의 주민 수만큼 사망자가 매년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욱이 하루에도 여러 번 중대재해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하지만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관리자들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거나 다른 업무와 겸직을 하는 등 근무 여건이 좋지도 않은 상황이다.

안전분야의 대표적인 법규인 산업안전보건법이 아직도 우리사회에 정착되지 않은 것이다. 산안법이 이러한데 다른 법규들은 어떨까. 지난해부터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관리법’은 업계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제정될 때부터 상당한 저항에 부딪쳤다.

이처럼 우리사회에서는 여전히 안전관련 법규를 제재나 규제로 여기고 있다. 나의 안전, 우리의 안전, 우리사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본래의 제정취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안전의 소중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전 사회적으로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다가도 곧바로 잊어버리는 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이 안전을 마음 속 깊이 새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안전문화가 정착·확산되지 못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어려서부터 체계화된 안전교육을 통해 우리사회 전반에 안전문화(安全文化)가 정착·확산될 때에만 안전의 소중한 가치는 실현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한 노력에는 노사민정 모두가 긴밀한 관계를 구축, 협력해 나가야 한다. 특히 국민 모두는 ‘나부터 안전을 실천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안전문화의 정착은 국민행복을 이끄는 시작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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