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원 국민안전처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 교수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지 벌써 5주기가 지났다. 동일본대지진의 일본 내 공식 명칭은 ‘도호쿠(東北)지방 태평양 연안지진’이다. 지진재해의 의미를 담아 ‘동일본대진재(東日本大震災)’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매년 3월이 되면 NHK를 포함한 일본의 각 방송사들은 연일 도호쿠 지방 주민들의 가설주택 생활과 이들에 대한 정부의 행정 및 재정적 지원,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의 폐로를 위한 고된 노정, 대피 중인 발전소 인근 마을 주민들의 귀택 등 도호쿠 지방 부흥에 대한 기사를 집중적으로 방송한다.

필자는 일본 교토(京都)대학에서 박사과정으로 유학 중 동일본대지진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였다. 물론 필자가 거주하던 서일본 지역은 규모 2~3 정도의 상대적으로 미약한 지진에 그쳐 특별한 피해는 없었으나, 지진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필자의 연구실에서 지도교수님이 급하게 켠 TV를 통해 쓰나미가 동북지방의 연안에 도달하여 육지를 집어삼키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었다.

보고 있던 화면이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 필자가 딛고 있는 바로 그 땅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일임을 TV 화면 우측의 ‘LIVE’라는 글귀가 웅변하고 있었다. 당시 보도 중이던 NHK 리포터의 “지금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라는 외침이 지금도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2013년 12월을 기준으로 일본 경시청이 발표한 동일본대지진 사망자 수 약 1만 6000명 중 쓰나미에 의한 익사자 수가 9할에 해당하는 약 1만 4000명에 이른다고 하니, 당시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쓰나미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필자는 최근 동일본대지진 5주기에 즈음하여 마련된 해양수산부의 재난안전 분야 국·과장급 및 실무자 교육에서 강의를 했다. 이번 교육은 해양수산부가 해양분야의 재난관리 주관기관이라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했다.

재난관련 최상위 법령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는 재난을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하고 있으나, 더욱 일반적인 의미에서 재난은 예로부터 ‘천재(天災)’와 ‘인재(人災)’로 구분되어 왔다. 이들을 굳이 연결하자면 자연재난은 천재, 사회재난은 인재로 연결될 터이다.

동일본대지진은 그 원인을 감안, 대규모의 천재로 분류할 수 있겠으나, 재난관리의 4단계(예방, 대비, 대응 및 복구)중 예방과 대비의 불비가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같은 인재로서의 사회재난으로 확산됨은 물론, 대응 및 복구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발생시켰다는 데서 매우 큰 시사점이 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재난의 발생원인 자체를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더라도 재난예방 교육 등의 안전문화 활동, 재난에 대비한 시설물의 적합한 설계·시공 및 유지관리·모니터링 등의 적극적 예찰 활동, 매뉴얼에 근거한 재난훈련 및 보완 등 지속적인 재난예방의 노력을 통해 재난 발생시 피해 및 복구비용의 최소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주변에 존재할 수 있는 재난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이를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활동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재난관리의 총괄·조정기관인 국민안전처는 안전신문고의 운영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고된 재난위험요인을 취합하며, 이를 각 소관기관에 발신함으로써 사안별로 적합한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국정과제의 효율적 추진 및 국민 개개인에 대한 서비스 정부 구현을 위한 ‘정부 3.0’의 연장선에서 재난분야의 협업행정을 도모하는 ‘재난관리 3.0’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상청에서는 지진시 국민안전의 확보를 위한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의 구축을 진행하는 등 정부는 재난예방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일본대지진 발생 5주기를 맞이한 이웃나라 일본의 모습을 바라보며, 혹시 모를 우리 주변의 재난위험요인은 없는지 되돌아 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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