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콰도르 등에서 연이어 강진 발생

일본에서 더 큰 지진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우리나라 공공시설물 내진율 42.4%에 불과

일본 지진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 미치지 않을 것

일본과 에콰도르, 남태평양의 통가 등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태평양 화산대에서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참고로 불의 고리는 환태평양조산대를 말하는데 그 모양이 고리모양과 비슷하고, 세계 지진의 90%가 이곳에서 발생해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환태평양조산대에서 연쇄적으로 강진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진도 7이상의 지진 발생
지난 14일 밤 규모 6.5지진이 발생한 일본 규슈(九州) 일원에 16일에는 규모 7.3 강진이 났다. 아울러 18일 오전까지 500회 이상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9시 26분께 규슈 남부 구마모토(熊本)현에서 규모 6.5로 추정되는 지진이 처음 발생했다. 이어 16일 오전 1시 25분께 규슈 남부 구마모토현 구마모토 지방에서 규모 7.3 강진이 일어났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기상청은 7.3의 진도는 지난 1995년 6434명의 사망자와 4만3000명의 부상자를 낸 한신(阪神) 대지진급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까지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16일에 오전 3시 3분과 3시 55분께 구마모토 아소(阿蘇) 지방에서 규모 5.8 지진이, 오전 7시 23분과 9시 48분에는 구마모토 지방에서 4.8과 5.4 지진이 잇따랐다.
또한 오이타(大分)현을 진원으로 하는 지진도 속출했다. 오전 7시 11분께 오이타현 중부 지방에서 규모 5.3 지진을 시작으로 적어도 11차례 연달아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막심하다. 일본 당국은 19일 오전까지 44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 이상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해민은 약 2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나미아소(南阿蘇)촌에서는 도카이(東海) 대학 농학부 기숙사가 붕괴돼 14명이 깔렸다. 그 중 12명은 구출됐지만 2명은 숨졌다. 또 근처에 있는 아소대교(길이 200m)는 무너져 내렸다. 우토(宇土)시에서는 시청이 반쯤 붕괴됐으며 마시키(益城)의 요양원에서는 66명이 매몰됐다.

이밖에도 구마모토 공항은 건물의 천장 일부가 떨어져 폐쇄됐으며 오이다현 곳곳에서 산사태와 터널 붕괴 등이 잇따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각지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고립된 경우가 53건, 매몰사고도 23건에 이른다”라며 “자위대와 경찰 등 2만 명 이상을 피해 지역으로 급파해 구조와 복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日연쇄 지진 우려 “더 큰 지진 발생할 수 있다”
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을 강타한 2차 강진 이후 연쇄 지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아오키 겐 일본 기상청 지진해일 감시 과장은 “구마모토현의 구마모토와 아소지역, 그리고 오이타현에서 규모가 큰 지진이 잇따르고 있다”라며 “세 지역에서 다른 종류의 지진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는 “이들 여진 발생 지역이 떨어져 위치한 것으로 볼 때 각각 종류가 다른 지진으로 판단된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14일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은 ‘히나구 단층대’의 북단 부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규슈 섬에는 단층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히나구 단층대’는 규슈 섬 중앙을 관통하는 약 81㎞ 길이의 단층대다.

하지만 16일 발생한 강진은 구마모토현의 아소 지역의 북단 부근에서 발생했으며, ‘히나구 단층대’가 아닌 ‘후타가와 단층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일본 정부는 보고 있다. ‘후타가와 단층대’는 ‘히나구 단층대’ 북쪽에 자리한 64㎞의 단층대이다.

일본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14일 규모 6.5 지진과 여진이 대지진(大地震) 전 일어나는 전진(前震)이고 7.3 강진이 본진(本震)으로 추정된다”면서 “앞으로도 격렬한 흔들림을 동반하는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에콰도르서 규모 7.8 강진, 비상사태 선포
일본에 이어 남미 에콰도르에서도 16일(현지시간) 규모 7.8 강진이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16일 오후 6시 58분께 에콰도르 중부 무이스네에서 남동쪽으로 27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호르헤 글라스 에콰도르 부통령은 “1979년 이래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진앙에서 수백km 반경에 있는 만타, 포르토비에호, 과야킬 등에서 수명백이 숨졌다”라며 “19일 현재까지 400여명이 사망하고, 25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희생자 수는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서 관련 보고가 들어옴에 따라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글라스 부통령은 구조대가 진앙인 무이스네로 접근하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진으로 에콰도르 최대 인구 도시인 과야킬에선 고가도로가 무너졌다. 또 만타에선 관제탑이 쓰러져 공항이 폐쇄됐으며, 수력발전소 댐과 송유관이 예방조치로서 가동을 중단했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드로 대통령은 즉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는 에콰도르 전국 24개 주 가운데 6개 주에 발령됐으며, 스포츠 경기와 콘서트 등은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전면 중단됐다. 에콰도르 정부는 약 1만4000명에 달하는 군경을 재해 지역에 투입했다.

한편 USGS는 애초 지진 규모를 7.4로 공표했다가 7.8로 상향했다. 에콰도르 지리물리연구소는 이번 지진 규모를 7.7로 관측했다.

에콰도르와 함께 ‘불의 고리’에 위치한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에서도 지난 17일 규모 6.1 지진이 발생했다고 USGS가 발표했다.

USGS에 따르면 진앙은 수도 누쿠알로파 남남동쪽에서 287km 떨어진 곳으로 진원은 깊이 66km 지점이다.

◇공공시설물 내진율 40% 턱걸이
연이은 강진 소식에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공공시설물조차 내진율이 크게 낮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내진설계 대상 공공시설물 10만5448곳의 내진율은 42.4%에 불과했다.

참고로 정부는 내진설계가 의무화되기 전 건축한 공공시설물에 단계적으로 내진보강을 하기 위해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기존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 보강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공시설물의 절반 이상이 보강을 하지 못했단 얘기다.

시설물 별로는 내진설계 대상 송유관 5곳 중 한 곳도 내진보강을 하지 않았다. 석유를 수송하는 송유관의 내진설계 기준은 진도 5.7~6.1이다. 즉 규모 5.7 이상의 지진이 우리나라에 발생할 경우 송유관이 모두 파손·붕괴할 수 있는 것이다.

송유관 다음으로 유기(遊技)시설의 내진율이 13.9%로 낮았다. 유기시설이란 놀이동산 건축물과 놀이기구를 말한다.

학생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시설의 내진율도 22.8%에 불과했다. 방파제 등 어항시설과 전기통신설비 역시 평균 내진율에도 못 미치는 25.2%와 35.5%였다.

안전처는 2020년까지 내진설계 대상 시설물 7294개의 내진보강 사업을 실시해 내진율을 49.4%로 높인다는 계획을 마련한 상태다. 5년 내 내진 설계를 완료하게 될 공공시설물이 겨우 절반에 도달하게 된다.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지진에 무방비다.

문제는 또 있다. 2005년 이전에 건설한 3층 이상 민간 소유 건축물은 대부분이 내진 설계가 없다.
1988년부터 6층 이상 건축물에 내진설계가 의무화됐으며, 2005년부터는 3층 이상 건축물로 확대됐다. 1988년 이전 건축물과 1988년부터 2005년 7월 사이에 지어진 3∼5층 건물은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정부가 민간 건축물이 내진설계를 보강하면 재산세와 취득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활성화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1~2층 건물에만 적용된다.

이에 안전처는 ‘지진방재대책 개선추진단’을 꾸려 7월 중 민간 건축물의 내진보강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현재까지는 세제 감면비율 확대와 보험요율 차등적용 등이 검토되고 있다. 건축물의 내진 설계 여부를 표시하도록 한 ‘지진안전성 표시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안전처의 한 관계자는 “지진은 예측이 불가능한 데다 외국 사례를 볼 때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복합재난의 양상을 띠게 돼 국가적 혼란이 유발되므로 반드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국비 지원을 비롯한 여러 방안을 모색해 내진보강 사업을 활성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의 고리 지진, 한반도 영향 없을 것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번 강진이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선창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지진재해연구실장은 “강진이 발생한 규슈 지역은 ‘불의 고리’라고 표현하는 판의 경계 끝부분에 위치했다”며 “규슈 강진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선 실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동안 우리나라에 지진이 많이 발생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규슈 지진의 경우 동일본 대지진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그 정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우리나라 남서쪽에 지진이 많이 있었는데 구마모토 지진과 연결짓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안전처는 지난 17일 국토교통부, 기상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일본 지진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 측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일본의 연이은 지진으로 향후 한반도의 지진 활동이 현재보다 활발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일본에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나라와 200㎞ 이상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안전처의 지진재해대응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피해 예측 결과에서도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느낄 수 있는 흔들림의 정도인 진도 규모는 3~4 수준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진도 3~4는 대부분의 사람이 진동을 느낄 뿐 피해가 발생할 수준은 아니다. 통상 진도 5 이상일 때 집안 내 가구가 움직이거나 넘어지고 부실 건축물이 무너지곤 한다. 6 이상일 때는 지표면에 금이 가는 등의 지진 피해가 발생한다.

안전처의 한 관계자는 “지난 14~16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흔들림이 감지됐다는 신고가 3908건이나 접수됐으나 실제 피해는 없었다”면서 “일본 지진으로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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