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능력과 자질 갖춘 민간전문가 활용 방안 서둘러 강구할 필요 있어

최근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산업재해율이 통계 산출 이래 최저인 0.5%라고 발표하였다. 2015년 산재현황을 상세히 살펴보면, 산업재해자수는 총 9만129명, 사망자수는 1810명으로 2014년에 비해 재해자수는 780명, 사망자수는 40명 줄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이제는 우리나라도 산재왕국의 오명을 벗고 당당한 OECD국가의 일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산재율 0.5%의 위업은 한순간 이뤄낸 우연의 결과물이 아닌, 노·사·민·정의 오랜 노력이 쌓인 자랑스러운 성과다. 2005년 0.77%의 재해율을 기록했고, 5년 뒤인 2010년에 0.6%대에 진입했다. 그리고 드디어 2015년에 0.5%라는 재해율을 달성했다. 선진국의 재해율로 기준 잡는 0.4%대 진입도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이같은 지속적인 발전에는 정부의 정책 변화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들어 산업안전보건 정책방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불이행시 ‘시정지시’라는 행정계도에서 ‘과태료 처분 등’의 사업장 귀책사유에 대한 적극적인 법 집행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사고와 산업재해’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가정 붕괴와 기업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산재율 감소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대전환으로 올해 대기업 총수의 경영철학이나 방침도 ‘안전’, ‘안전문화’가 화두가 됐다.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일례로 3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안전관계 장관회의에서 정부는 교통사고, 산업재해, 화재 등 안전사고의 사망자 감축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좋은 흐름이기는 하나, 정부와 기업의 기대처럼 우리나라의 안전수준이 한순간 확 좋아지기에는 사실 무리가 있다. 최근 전국 곳곳 건설현장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재해가 그것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산업현장에는 ‘생산과 품질우선’, ‘공기 단축’ 등이 기업경영의 우선 순위로 자리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걸쳐 온 ‘성과위주’의 인식과 문화가 여전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사업장에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주축은 현재 고용노동부와 환경부, 국토부 등 정부부처와 안전보건공단 등 정부 관련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의 노력만으로 앞으로도 계속 재해율을 감소시키고 안전문화를 현장 구석구석까지 확산시킬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2015년 통계를 보면 근로자수는 약 1800만명이고, 사업장수는 약 230만개소에 달한다. 이런 방대한 규모를 어떻게 소수의 정부인력으로 꼼꼼히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결국 이에 대한 대안은 민간재해예방기관뿐이다. 중소기업의 자율안전보건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안전·보건관리 위탁제도가 27년 정도의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안전보건전문가들이 육성됐다. 이들 또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나 안전보건공단 직원 못지않은 능력을 갖춘 우수한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저평가되고 있다. 신뢰와 객관성을 갖춘 공무원 신분이 아니고 실력을 검증할 평가 툴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런 낡은 논리에 떠밀려 다수의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국가적·사회적 손실로 밖에 볼 수 없다.

정부나 공단 조직을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대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이제는 과감하게 민간재해예방전문가 활용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근로자와 사업장에 가장 가까이 있고, 그들 곁에서 도와주는 민간재해예방전문가를 활용하는 것이 산재감소의 해법이다. 특히 예산절감이나 자원의 활용측면에서도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위기를 기회’로 삼을 줄 아는 발상의 전환과 온 국민의 하나된 노력으로 이뤄낸 산물이다. 이제 산업재해 예방에도 우리 국민의 장점을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

그것이 안전 선진국으로 가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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