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완료까지 4년 이상 소요될 전망

 


서울 지하철 5~8호선 역사의 절반 이상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는 등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6일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5~8호선 역사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전체(157개역)의 47.1%인 74개역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나머지 83개역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스프링클러 미설치 문제는 2008년 시민감사관 보고서를 통해 처음 제기됐다. 당시 조사를 진행한 시민감사관은 “도시철도공사가 김포공항역 등 51개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소방시설 관련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지하철 승강장에는 스프링클러가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 스크린도어로 인해 밀폐공간이 생기고, 화재로 인한 질식 등의 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도시철도공사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은 채 2009년 말 스크린도어 공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감사원이 이 같은 문제를 재차 지적하자 2011년 말에야 설치 계획을 세웠다.

시민감시관이 대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김포공항역은 2014년에 접어들어 마침내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광화문역도 2015년에 설치가 완료됐다.

도시철도공사가 스프링클러 공사를 미룬 배경에는 스크린도어 공사가 스프링클러 설치보다 시급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지하철 자살 등의 문제가 가시화 되자 배수관로를 신설해야 하는 등 공정이 까다로운 스프링클러 공사보다 스크린도어 공사를 먼저 진행한 것이다.

도시철도공사의 한 관계자는 “스크린도어 공사가 장기사업 대상인데도 2년여 만에 일괄 설치했다”며 “당시 자살문제 등으로 사회적 여론이 악화돼 빠른 기간 내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기 위해 집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완료되는데 앞으로 4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시철도공사는 지난 4년간 한해 평균 18.5개역에 스프링클러 설치했는데 이 같은 속도를 감안할 때 나머지 83개역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데 4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도시철도공사의 한 관계자는 “환승역이나 이용객이 많은 역사부터 스프링클러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현재 5호선 거여·방이역과 7호선 마들·수락산·중계역 등 20곳에서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즉 나머지 60여개 지하철역의 스프링클러 설치는 2017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은 전체 120개역 중 3호선 경복궁역을 제외한 모든 역사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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