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피가 아닌 상생을 위한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K아연 황산누출사고 등 산업현장 곳곳에서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산업안전선진화 계획을 세우고, 노·사·민·정이 힘을 합해 수많은 재해예방 대책을 추진해 왔음에도 여전히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산업재해가 지속되는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사업주의 안전의식 미흡’, ‘위험의 외주화’,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중에서 굳이 순위를 매긴다면 사업주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의 1차적 책임은 모두 사업주에게 있기 때문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이유 중 대부분은 안전장치 및 시설의 미설치, 불합리한 안전관리 미개선, 근로자에게 충분한 안전교육 미실시 등이다. 이들은 전부 사업주가 행해야할 의무이다.

‘위험의 외주화’ 역시 사업주의 미흡한 안전의식 못지않은 재해다발의 원흉이다. 특히나 최근 그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위험 업무를 이윤의 최대화와 경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외주업체에 떠넘기는 것이 옳으냐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명쾌한 해답은 없으나, 도덕적 차원에서의 정답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외주업체는 원청업체에서 최저가로 일감을 따오고도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인력을 충분히 쓰기 어렵다. 또 숙련된 기술자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고 임금 수준도 낮다. 게다가 하청업체 근로자는 원청업체 정규직이 꺼리는 일에 우선 투입되므로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도 높다. 그런데도 안전교육은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인력의 기술 수준은 떨어지고 안전조치는 충분치 않으니, 어쩌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구의역 사고가 그랬고, K아연 공장사고가 그랬다. 이외에도 최근 발생한 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이 하청업체 직원들이었다.

반면 원청업체는 최저가 입찰업체에 일감을 줘 비용을 아낄 수 있으며, 혹여 안전사고가 나더라도 책임을 하청업체에 전가할 수 있다. 때문에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특히나 최근 그 강도가 좀 거세지다 보니 일부 원청에서 버겁다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해는 한다. 치열한 경쟁과 어려운 경제 상황 속 ‘기업의 생존’은 원청과 하청 모두의 숙제가 됐다. 조금이라도 더 이윤을 남겨야 하는 경쟁과 자본의 논리에 있어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 강화는 다소 역행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안전보건은 자본의 논리로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기본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세금을 내지 않고 존속할 수 없듯, 안전보건 역시 기업이 존재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기본이기에, 의무이기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그 범위를 우리 회사가 아닌 우리와 관계를 맺은 회사로 확장해야 한다. 최소한 안전 관련 업무만이라도 원청업체가 책임지고 수행하는 의식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관계를 맺은 이상, 어차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그렇다면 면피가 아닌 상생을 위한 방향으로 지혜를 모으는 것이 더 이득이다. 선자에 집중하면 잃을 것이 많지만, 후자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잃을 것이 없다. 오히려 노력할수록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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