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기업의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참여모델 개발에 노력


지난 5월 4일 새벽 강풍으로 파손된 주택 복구 작업에 나섰던 태백소방서 소속 허승민 소방관이 바람에 날아온 지붕 조각에 머리를 맞아 급히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경을 헤매던 그는 8일 만에 순직했다. 에쓰오일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유족에게 위로금 3000만원을 전달했다.

에쓰오일은 소방관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덜하던 2006년부터 ‘소방영웅 지킴이 프로그램’을 전개함으로써, 우리나라 소방관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서만 지난 11년간 46명의 순직 소방관 유족이 위로금을 받았다.

삼성화재도 화재예방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삼성화재는 약 24억원의 재원을 바탕으로 지난해 2월부터 2년 동안 화재취약지역 약 390개소에 비상소화장치를 설치해 주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까지 140개소에 설치가 완료됐고 올해는 250개소를 대상으로 설치가 진행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 내에서 키즈오토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시설에서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실제 교통상황과 비슷한 환경을 갖춰놓고 어린이들에게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수익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공헌활동에 주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단순한 방식을 벗어나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자원을 이용하여 사회공헌활동(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고유자원을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활용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국민안전처는 많은 기업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활용한 효율적인 안전문화 운동을 추진하고, 이런 사례가 새로운 사회적 책임활동 모델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안전문화 참여기업 확대와 기업 간 연대협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에는 15개 기업, 올해는 18개 기업과 사회공헌활동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안전처와 기업들은 앞으로 분야별, 대상별, 시기별로 안전문화 캠페인을 공동 실시하는 등 상호협력하여 다양한 안전문화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안전처는 우리나라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재능, 능력, 재원 등을 이용하여 재난 유형별, 재난관리 단계별로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의 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그동안 재난안전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는 재난구호 물품 기탁, 기부금 전달 등 단기적인 활동에 집중됐다.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늘 따라붙었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참여모델의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재난안전분야 사회적 참여 현황을 조사·분석하고,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실효성 높은 사회공헌 모델 및 콘텐츠를 도출할 계획이다. 또 선진 외국의 지원정책과 제도를 분석하여, 재난안전 분야에 대한 우리 기업의 사회적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나 지원정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기업에서 실행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사회적 참여 모델들이 제시되고,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을 충분하게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시책들이 마련된다면 기업의 재난안전 분야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은 앞으로 더욱더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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