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실천이 안전문화를 확산시키는 가장 빠른 길

우리나라에서는 매번 사고가 날 때마다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따라 붙는 말이 하나 있다. ‘안전불감증’이 바로 그것이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사고 때도 그랬고,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도 그랬으며,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사고 때도 그랬다. ‘안전불감증’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의 원인이었다. 이 정도면 ‘안전불감증’도 우리의 문화라고 할만하다.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의식 속 가장 중요한 자리에 ‘안전’이 있어야함에도, 그 자리에 ‘안전불감증’이 대신 있는 이유는 우리사회의 안전에 대한 접근법과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안전을 기준이나 규칙으로 여길 뿐 교육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때문에 지키거나 지키지 않아도 되는 선택의 대상쯤으로 안전의 위상이 떨어졌다. 안전불감, 즉 애당초 안전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식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잠을 자는 것이 당연하듯 안전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알도록 주지시키고, 더 안전할 수 있도록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이것이 선진국의 안전을 대하는 접근 방법이자 교육법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교육증명서를 발급해주는 등 학생들이 안전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미국은 초등학교에서 연간 50시간 이상의 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안전교육은 3세부터’라는 구호로 유명한 스웨덴의 경우는 실제로 3세부터 각 지역별로 결성된 ‘Safe kids club’에 가입하여 부모와 함께 실사례 중심의 교통안전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아직도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무단횡단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난 괜찮겠지’, ‘엄마랑 같이 있으면 안전해’ 등 자신만은 위험으로부터 예외일 것이라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교육을 부모가 아이에게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문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선진국에 비해 3~5배 이상 높다. 산업재해나 각종 재난재해의 피해현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식, 습관, 교육 등 안전에 대한 문화 전반을 바꿔야 한다. 수없이 많은 대형재해를 겪고도 바뀌지 않는 안전불감증인데 그것이 가능하겠냐는 비관적인 시선만을 보내서는 안 된다. 나부터 하면 된다. 내가 하는 순간이 바로 모두가 하는 순간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동식물학자인 라이얼 왓슨이 명명한 ‘100번째 원숭이 효과’라는 이론이 있다. 이는 1950년대 고지마(辛島)지역의 야생 원숭이들이 흙이 묻은 고구마를 먹는 모습을 학자들이 관찰하다 발견한 현상이다. 당시 이 지역 원숭이들은 흙이 묻은 고구마를 손으로 털어내며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생후 18개월 된 암컷 원숭이 ‘이모’가 고구마를 강물에 씻어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원숭이들이 하나, 둘 흉내를 내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물에 고구마를 씻어먹는 행위도 고구마를 먹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다. 여전히 흙을 털어먹는 원숭이가 더 많았다. 헌데 100마리째 원숭이가 고구마를 씻어 먹는 방법을 익힐 무렵 원숭이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는 원숭이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식습관이 고지마 섬을 넘어 다른 섬의 원숭이들에게까지 전파가 된 것이다. 이후 이 현상은 ‘100번째 원숭이 효과’라 불리며,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의 수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그 행동이 순식간에 사회 전반으로 전파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일순간 전 사회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이가 늘면 결국 사회는 변하고 만다. 이것은 우리가 역사를 통해 수없이 확인한 사실이다. 내가 100번째 원숭이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안전을 중시하고 실천해보자. 나의 생활 속 작은 실천이 100명의 구성원을 변하게 하고 그 100명의 구성원이 우리사회의 문화를 역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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