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실천이 안전문화를 확산시키는 가장 빠른 길
국민의 의식 속 가장 중요한 자리에 ‘안전’이 있어야함에도, 그 자리에 ‘안전불감증’이 대신 있는 이유는 우리사회의 안전에 대한 접근법과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안전을 기준이나 규칙으로 여길 뿐 교육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때문에 지키거나 지키지 않아도 되는 선택의 대상쯤으로 안전의 위상이 떨어졌다. 안전불감, 즉 애당초 안전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식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잠을 자는 것이 당연하듯 안전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알도록 주지시키고, 더 안전할 수 있도록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이것이 선진국의 안전을 대하는 접근 방법이자 교육법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교육증명서를 발급해주는 등 학생들이 안전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미국은 초등학교에서 연간 50시간 이상의 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안전교육은 3세부터’라는 구호로 유명한 스웨덴의 경우는 실제로 3세부터 각 지역별로 결성된 ‘Safe kids club’에 가입하여 부모와 함께 실사례 중심의 교통안전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아직도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무단횡단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난 괜찮겠지’, ‘엄마랑 같이 있으면 안전해’ 등 자신만은 위험으로부터 예외일 것이라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교육을 부모가 아이에게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문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선진국에 비해 3~5배 이상 높다. 산업재해나 각종 재난재해의 피해현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식, 습관, 교육 등 안전에 대한 문화 전반을 바꿔야 한다. 수없이 많은 대형재해를 겪고도 바뀌지 않는 안전불감증인데 그것이 가능하겠냐는 비관적인 시선만을 보내서는 안 된다. 나부터 하면 된다. 내가 하는 순간이 바로 모두가 하는 순간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동식물학자인 라이얼 왓슨이 명명한 ‘100번째 원숭이 효과’라는 이론이 있다. 이는 1950년대 고지마(辛島)지역의 야생 원숭이들이 흙이 묻은 고구마를 먹는 모습을 학자들이 관찰하다 발견한 현상이다. 당시 이 지역 원숭이들은 흙이 묻은 고구마를 손으로 털어내며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생후 18개월 된 암컷 원숭이 ‘이모’가 고구마를 강물에 씻어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원숭이들이 하나, 둘 흉내를 내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물에 고구마를 씻어먹는 행위도 고구마를 먹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다. 여전히 흙을 털어먹는 원숭이가 더 많았다. 헌데 100마리째 원숭이가 고구마를 씻어 먹는 방법을 익힐 무렵 원숭이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는 원숭이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식습관이 고지마 섬을 넘어 다른 섬의 원숭이들에게까지 전파가 된 것이다. 이후 이 현상은 ‘100번째 원숭이 효과’라 불리며,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의 수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그 행동이 순식간에 사회 전반으로 전파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일순간 전 사회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이가 늘면 결국 사회는 변하고 만다. 이것은 우리가 역사를 통해 수없이 확인한 사실이다. 내가 100번째 원숭이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안전을 중시하고 실천해보자. 나의 생활 속 작은 실천이 100명의 구성원을 변하게 하고 그 100명의 구성원이 우리사회의 문화를 역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