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무더위 취약 사업장·계층에 대한 국민적 배려가 필요

폭염은 우리 주변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지만, 정작 폭염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 수준은 매우 낮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폭염을 단순히 조금 더 더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폭염 피해는 건강하지 않은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5년간 온열질환자가 5239명이나 되고, 이중 47명이 사망할 정도로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상당하다. 특히 올해의 경우는 폭염에 대해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전 세계적으로 7개월 연속 최고기온을 기록 중이라면서 올해가 최고로 무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실제 우리나라만 해도 올해 첫 폭염특보가 예년에 비해 매우 이른 지난 5월 19일 발령된 바 있다. 같은 날 인도 북서부에서 최고기온이 51℃까지 올라가 60년 만에 최고기록을 경신하면서 수십 명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문제는 이것이 올 한해만이 아니라 계속 더워지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통해 21세기 후반 국내 평균기온은 현재보다 5.3℃ 상승하고, 폭염일수도 30.3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기온이 1℃ 상승할 때 폭염 사망자는 12.7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실제로 과거 20년간 연평균 8.6일이었던 국내 10개 주요 도시의 폭염일수가 최근 10년간에는 연평균 12.1일로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11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이중 9명은 야외활동 중 사망하였으며,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고령자였다. 올해도 벌써 5명이 폭염피해로 사망하였다. 이렇게 올 여름 더위가 심상치 않게 느껴지고 있어 그 어느 때 보다 폭염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런 절박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폭염에 관심을 두지 않는 개개인도 문제지만 야외사업장 근로자나 독거노인 같은 폭염 취약 직군이나 계층에 대한 사회적 배려도 부족한 상황이다. 더위가 절정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전 사회 구성원이 나서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5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를 폭염대책 집중기간으로 선정하여 폭염에 대비하고 있다. 무더위 쉼터 운영이나 건강관리사, 노인돌보미 등 재난도우미를 통한 취약계층 관리, 응급구급체계 구축, 폭염취약지역 예찰, 홍보와 교육 등 범정부적인 대응체계를 갖추고 폭염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라디오, TV 같은 방송매체와 휴대폰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 국민들에게 폭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기온과 폭염취약계층간의 상관관계 분석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안전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와 자치단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 개개인이 폭염에 대비하는 습관과 대처, 폭염피해에 취약한 사업장, 취약계층에 대한 국민의 배려와 관심이 더해져야만 비로소 폭염피해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다.

폭염은 다른 자연재해와는 달리 즉각적인 피해를 주지 않아서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 폭염을 극복하는 자세, 뜨거워지는 지구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을 발전시키는 민·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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