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재난 발생시 신속한 대응과 복구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


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WTC)가 비행기 충돌 테러로 붕괴됐다. 세계적인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본사 직원 총 3500여명도 이 건물에 있었다. 당연히 인명 피해와 재산상의 손실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다음날 모건스탠리는 세계 모든 지점에서 문을 열고 정상영업을 하여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모건스탠리는 각종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었다. 사고 발생 전에도 비슷한 훈련이 진행됐다. 때문에 모건스탠리 직원들은 아수라장 속에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고, 대다수의 임직원이 생존했다. 비록 본사 건물이 없어지며 1억 달러 상당의 손실이 발생하긴 했으나, 이마저도 보험을 통해 해결했다.

이처럼 천재지변이나 해킹, 테러, 전쟁, 화재 등으로 기업의 핵심 데이터나 시설이 파괴됐을 경우,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얼마나 신속하게 정상적인 업무로 복귀하는지의 차이는 기업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기업이 재난으로 인해 업무중단 시 핵심기능을 조기에 복구하여 업무연속성을 확보하려는 활동(BCM :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은 기업 자체만의 재난관리대책뿐만 아니라, 지역의 위기를 관리하는 체계이기도 하다. 위험이 주변지역에 미칠 영향 등을 포괄적으로 반영하여 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응과 복구의 가능 여부는 기업경영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미국의 경우 기업에 대한 재난경감 자금 대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영국도 중앙 및 지방정부에서 기업재난관리에 대한 자문과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또한 지진 등 자연재해로부터 기업이 사업재개를 할 수 있도록 기업 재난관리계획을 수립하는 ‘기업 방재촉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도에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 재해경감활동계획 수립을 위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으나 아직 제도 활성화는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민간기업은 태풍, 지진 등 각종 재난으로부터 기업의 안정적인 사업활동 유지를 위한 예방·대비 능력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재난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는 비단 인력 손실이나 자체 시설 파손으로 그치지 않는다. 조업 중단으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지역 경기가 침체되는 등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광범위하다. 따라서, BCM은 이제 단지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와 공공기관 및 기업들의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BCM은 기업 자체만의 재난관리대책이 아니다. 각종 법령 및 정부정책으로 정하는 기준, 위험이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포괄적으로 반영하고, 기업이 보장 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을 정해 이에 대해 업무연속성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기업재난관리 역량을 제고하고 기업 스스로 재난을 예방·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재해경감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우수기업에 대하여는 신용보증기금 우대 보증지원, 산업단지 우선 입주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했으며, 앞으로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각종 적격심사 가점 부여,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 제공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요 산업별로 BCM 가이드라인을 개발·보급하는 한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BCM 구축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난관리와 위기관리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건실한 기업도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기업들도 항상 준비하고 대비하는 업무연속성 계획인 재해경감활동에 관심을 갖고 기업의 생존유지 차원에서 전력을 기울여야할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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