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2명 사망, 2명 부상

 


안전조치 없이 무리한 공사 진행이 원인


지난 7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한 숙박업소건물 철거공사 중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먼지를 가라앉히기 위해 물을 뿌리는 작업을 하고 있던 김모(61)씨와 조모(49)씨가 매몰되어 사망했으며, 함께 일했던 근로자 2명은 부상을 당했다.

사고가 난 건물은 지상 11층, 지하 3층의 규모로 1984년 지어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철거작업이 시작됐으며, 현재 지상 1층과 지하층 철거만 남겨둔 상태였다.

경찰 및 관계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하보강이 미비한 상태로 철거작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후화된 건물에다가 2~11층 철거로 건물이 더욱 약해진 상황 속에, 기본적인 안전조치도 없이 중장비인 포크레인 등을 투입해 철거작업을 진행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붕괴된 건물은 층별 바닥의 강도와 강성이 매우 약한 상태였으며, 추가 붕괴 우려가 있어 구조작업도 더디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약해진 건물 바닥에 무리하게 포크레인이 들어가 작업하면서 하중이 상당히 커졌을 것”이라며 “이것이 붕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청근로자 안전문제 또 다시 수면 위로
이번 사고로 하청업체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다시금 화두가 되고 있다. 당초 이번 공사는 C건설이 맡았다. 그런데 C건설은 D업체에 다시금 철거작업을 맡겼다. 또 D업체는 H업체를 통해 인력을 지원받았다.

철거공사의 경우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기에 업계에서는 이런 무분별한 재하청이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무리한 공사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청과 재하청을 거치면서 결국 영세업체에 적은 비용으로 떠넘겨지는데, 이런 상황 속에 업체 입장에서는 철거기간과 인력을 줄여야 더 큰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도 안전진단, 안전점검 등 충분한 조치 없이 무리하게 1층과 지하층 철거공사를 한 번에 강행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철거공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면서, 안전에 대한 책임이 그만큼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신고제가 아니고 허가제가 되면 책임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사고 발생 시 회사 자체의 존폐 문제가 나올 정도까지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서울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 건축물 철거공사의 경우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이번 사고는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가 빚어낸 참사”
이번 사고와 관련해 시민단체는 정부와 국회를 향한 날선 비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안전사회 시민네트워크 준비 위원회는 지난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철거공사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안전사고에 대해 정부당국과 국회의 직무유기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또 준비위는 “비용절감을 중요한 목표로 하는 건설현장에서 하청에 재하청 방식으로 고용된 근로자들이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라며 “이미 수년전부터 지자체는 철거공사 과정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철거허가제’도입을 요구해왔으나 무산됐고 2014년 9월에는 ‘철거감리제도’ 도입을 위한 관련 입법이 발의되었으나 폐기되고 말았다”며 날선 지적을 거듭했다.

아울러 준비위는 “대부분의 철거업체가 건축구조 등에 대한 전문성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철거현장 대부분의 근로자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사회경제적 약자인 인력회사의 일용직 근로자로서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채 상시적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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