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의 안전수칙 무시와 관리업체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참사

 


소방설비 꺼놓고 안전조치 없이 용단작업 진행…예견된 사고

지난 4일 4명의 생명을 앗아간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사고는 안전수칙을 무시한 작업자와 안전불감증에 빠진 건물 관리업체가 합작한 인재(人災)로 결론 날 전망이다. 

지난 7일 경기 화성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작업자들이 밀폐된 놀이시설 철거현장에서 안전설비 없이 용단작업을 진행하다 화재를 발생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건물 관리업체가 소방시설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늦장 대처를 하는 바람에 소방당국의 진화작업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그사이 유독가스가 건물 전체를 휘감았고, 결국 4명의 소중한 목숨이 안타깝게 희생되고 말았다.

◇가연물 가득한 환경에서 용단작업 진행

작업자들을 조사한 화성동부경찰서에 의하면, 철거가 진행되던 메타폴리스 B동 상가건물 3층 뽀로로파크 내부 현장에는 합판조각, 우레탄 조각, 카펫 등 가연성 물질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또 작업 중에 발생하는 먼지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작업장을 밀폐한 상황이라 먼지도 가득 차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전을 위해선 정리정돈을 한 후 내부환기를 지속 실시해가며 작업을 진행해야 했지만 이들 작업자들은 별다른 조치 없이 H빔 등 철 구조물에 대해 산소용접기를 이용해 용단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꽃이 주변으로 옮겨 붙는 등 위험한 상황이 계속 발생했다. 그럼에도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방염포, 불티 비산방지 덮개 등 안전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실제 한 작업자는 경찰조사에서 “용단작업 시 주변 합판 등에 불이 붙으면 물을 뿌려 불을 끄면서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이처럼 안전을 무시한 행위는 사고를 불러왔고, 그 결과 현장에서 대피하지 못한 작업자 정모(49)씨와 불을 끄러 현장에 왔던 현장소장 이모(62)씨가 숨졌다. 

현재 경찰은 작업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용단작업에서 발생한 불꽃이 주변으로 튀어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전기적 요인 등 다양한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용객 안전보다 불편을 더 걱정한 관리업체

이번 사고가 있기 사흘 전인 지난 1일 오전 10시14분경 이 건물의 방재를 담당하는 관리업체 직원 A(53)씨는 수동 조작을 통해 화재경보기, 유도등, 스프링클러, 연기배출기(급배기팬), 방화 셔터 등의 작동을 정지시켰다. 철거공사가 이뤄지는 B동에 대형마트 등 다수가 왕래하는 시설이 있는데 철거작업 중 경보기가 오작동할 경우 대피 과정에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취한 조치라는 게 그 이유다.

이로 인해 화재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고, 뒤늦게 소방시설을 수동으로 작동시켰을 때는 이미 확산된 유독가스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즉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이처럼 소방시설이 유독가스를 막지 못하면서 철거현장 바로 옆에 있는 두피관리실은 출입구로의 대피가 불가능해졌고, 결국 고객 강모(50)씨와 직원 강모(27·여)씨가 희생됐다.

만약 소방시설이 자동으로 작동이 됐다면 유독가스를 감지한 경보기를 시작으로 유도등과 급배기팬, 방화 셔터, 스프링클러가 정상 기능을 해 유독가스 확산을 막았을 것이고 이들도 숨지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 정확한 화재원인조사에 주력

현재 경찰은 감식결과와 철거현장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한 작업자들의 부실한 안전조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혀낸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안전수칙 준수 여부도 조사해 철거업체, 관리업체 등의 안전관리 부주의가 드러나면 관련자를 형사입건하는 등 책임자 규명에도 확실히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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