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이제 우리는 착한 안전을 하자. 다분히 형식적이거나 보여주기 위한 그런 안전이 아니라 빛이 바래 볼품없다 해도 근로자들의 마음에 차분히 내려앉아 단단하게 뿌리내려가는 그런 안전말이다.

건설현장을 비롯한 산업현장 여기저기서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니 사고를 예방하고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하고 하는 듯 보여줘야 하기는 하고, 또 당장 그 해결책을 달라고 재촉하고 졸라대니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쥐어짜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해내야 한다. 이런 설익은 아이디어들이 정부나 회사의 안전정책에 반영이 되고 현장에 적용이 된다. 물론 이러한 아이디어로 인해 그간 안전분야에 많은 제도 개선을 가져왔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기에 결코 이 아이디어를 가볍게 여기지는 않을테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시간이 걸리는 한이 있어도 근본적인 문제해결로의 접근이 어떨까.

사고가 나면, 그 원인을 거론할 때 약방에 감초처럼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안전불감증(安全不感症)’이라는 용어이다.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여 근로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 적절한 대비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불감증이라는 원인으로 진단해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동종사고 및 유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불감증을 어떻게 제거해야 하나. 안전불감증은 말 그대로 증세(症勢,symptom)이다. 증세를 거론하고 증세를 들여다보면서 치료한다고 할 때 병이 낫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불감증이라는 증세를 발현시키는 병, 즉 치료가능하고 치료해야 병은 무엇일까. 안전의식결핍병이라 진단해본다. 살다가 비타민결핍으로 진단을 받으면 ‘이런 큰일이네’ 하면서 지체없이 비타민제를 사서 보충을 해주거나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섭취하려고 하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그렇다면 사고다발 작업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의식결핍병에는, 무엇으로 보충을 해주어야 할까. 한 치의 주저없이 안전교육이라는 처방이다. 안전교육은 돈이 많이 들어가거나 시간이 걸리는 혁신적인 제도나 새로운 기법이 아닌, 늘상 모든 현장에서 해오고 있기에 쉽게 처방할 수 있는 그런 약이다. 정말로 안전의식결핍병에 걸려있는 근로자를 건강하게 회복시키기 위한 안전의식 보충에는 안전교육이 그 빛을 발한다.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그동안 수도 없이 안전교육을 행해 왔는데도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면서 안전교육의 실효성을 운운하기도 한다. 해서 안전교육을 과소평가하고 다른 대안을 찾는데 주력하기도 한다. 허나 근로자들의 낮은 안전의식에는 소통 없는 안전교육이 연관되어 있을 수 있기에 안전교육 그 자체를 무시하고 그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안전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그러한 와중에도 이 점은 짚고 가고 싶다. 부실하고 효과 없는 안전교육의 원인으로 안전교육 전문인력이 없어서라고 판단하고, 안전교육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취지하에 안전관련 여러 단체에서 앞다투어 경쟁이라도 하듯 안전교육인력 관련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이는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대학에서 안전공학을 전공하고 이미 국가기술자격증을 통해서 검증을 받은 인력으로서 안전분야에서 안전업무를 취급하거나 활동하고 있는 안전전문가라면, 굳이 안전교육 자격증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안전교육을 충실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실을 직시해보자. 안전교육현장에는 진정한 교육이 없는 곳이 많다. 몸은 안전교육장에 있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안전의 가치를 올바르게 보지 못하는데 마음을 붙들어 놓을 수가 없다. 이에 대한 개선의 참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안전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근로자가 느끼는 안전의 가치는 바로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안전의 가치 수준이다. 해서 안전교육장의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착한 안전을 하자. 보여주기 보다는 드러나지 않지만 속이 꽉 찬 안전을 하자. 단시간에 효과를 기대하는 단과학원의 속성반같이 새로운 안전관련 제도의 도입이나 첨단으로 포장된 방법에 기웃거리지 말고 유치원에서, 초등학교에서부터 차분하게 안전의 가치를 꾸준하게 교육하고 또 교육하고, 이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산업현장의 안전교육장까지 이어가자. 이것이 착한 안전을 하는 시작이 아닐까. 이 시작과 더불어 시간을 기다려주고 그런 시간이 모이고 쌓이면 선한 안전문화를 피울 것이다. 우리 모두는 안전의 속성을 이해하고 오랫동안 동행할 수 있는 착한 안전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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