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냄새도 실체도 없이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급격히 무너뜨리는 위험요소가 있다. 가히 예측할 수도 없는 그 파급력에 많은 사람이 두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바로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다.

스트레스는 복잡한 세상을 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으로 그동안 크게 문제시 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헌데 최근 들어 과도한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분노를 조절 못하는 스트레스 조절 장애가 사회적 문제이자 현장의 안전보건을 위협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6월 8일 경남 양산시의 모 아파트에서 스트레스 조절 장애를 앓고 있는 한 주민이 외벽 페인트 작업 중이던 근로자의 안전대 로프를 절단해 추락, 사망케 한 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이 사고로부터 일주일 정도 뒤인 6월 16에는 스트레스 조절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 인터넷 수리 기사를 흉기로 찔러 사망하게 하는 사고도 연이어 발생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렇듯 스트레스는 이제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이자 산업재해로까지 커지고 있다. 특히 산업현장의 경우 스트레스로 인한 문제가 앞으로 더욱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도에 모 취업사이트가 직장인을 상대로 스트레스 현황을 조사했는데 응답자의 95.2%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그중 46.2%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각한 직장 내 문제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현장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근로자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세계 최고의 스트레스 전문가인 하버드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 그리고리 L. 프리키온 박사에 따르면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심장병, 당뇨, 우울증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최근 우리 산업현장에서는 이런 직무스트레스가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위험성을 감안, 산업안전보건법에 직무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장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주 등의 의무를 규정해 놓았다. 하지만 대다수 안전보건 문제와 마찬가지로 법 규정의 존재만으로 스트레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련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은 스트레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지속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더 이상 스트레스는 직장 생활을 하는 현대인에게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것이라고 단순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이런 변화된 인식을 바탕으로 ▲업무시간, 교대근무 등의 시간적인 압박 ▲고용불안 ▲성차별 ▲감정노동 ▲대인관계 갈등 ▲불명확한 업무 ▲역할충돌 ▲실적 압박 ▲의사소통의 부족 등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수많은 원인에 대해 관계당사자가 열린 마음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근력운동을 하듯이 마음 건강 증진을 위해서도 마음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 효율적으로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훈련과 교육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는 개개인 보다는 개인이 몸담고 있는 직장 등의 집단 차원에서 진행되면 보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서두에 언급했듯 이제 스트레스는 개인을 넘어 사회와 산업현장의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 규모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와 산업현장이 지금이라도 스트레스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주와 근로자가 함께 스트레스 없는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 조성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이를 시작해야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