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17일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고, 원청·발주자 중심으로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중대산업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산업안전보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뿐 아니라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산재예방을 위해 관행과 구조적 요인까지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대책 발표 3일 만인 8월 20일 오전 11시 37분경 STX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안 RO탱크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도장작업을 하던 협력 업체 소속 작업자 4명이 숨졌다.

정부의 안전정책 기조를 감안하여 안전 관리를 한층 더 강화해도 부족할 시기에, 정부와 노동계 등이 적폐로 지적한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이 충격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은 지난 8월 26일 오후 3시 21분경 경기 평택시 팽성읍 평택국제대교 공사현장에서 240m 길이의 상판 4개가 무너지는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산업현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국민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판단할지 무척 우려스럽다. 그저 우리 산업현장의 안전 관리 수준이 낮고, 또 현장의 안전관리가 나태해져서 발생했다고 보지만 말아주길 바랄 뿐이다.

최근의 사고와 관련이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로, 상당한 안전관리 역량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사고는 이들 회사의 안전관리에 조금의 빈틈이 생겨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빈틈이 생기는 이유는 사업장 전반에 안전문화가 뿌리 깊게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고 위험을 제로화 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안전문화가 현장 구성원 모두에게 내재화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우선 현재 안전문화 수준에 대한, 정밀한 평가가 선행 되어야 하며, 명확한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안전문화 수준 향상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이 체계적으로 제시·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회사 내부의 시선과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익숙한 근무환경과 친숙한 조직문화가 정확한 평가와 측정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3자의 시선에서 안전문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검증된 글로벌 안전문화 수준 향상방안을 제공하는 외부 안전전문기관의 컨설팅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외부 안전전문기관에 의한 안전진단을 받으라고 안전진단 명령을 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소를 잃고 아무리 외양간을 잘 고쳐도 소를 잃은 손해를 만회할 수는 없다. 역시 최적의 방안은 선제적 대응이다. 더불어 언 발에 오줌을 누는 미봉책 또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미연에 뽑아버리는 근본적 개선책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산업현장이 근래의 이 사고들을 계기로 자사의 안전문화 수준을 분석해보고, 그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으면 한다. 지금 뿌리부터 안전체질로 바꾸어야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무한 변혁의 시대에서 지속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문화는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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