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

 

더위는 간혹 일을 해야 하는 근로자로 하여금 안전장구의 착용을 불편하게 만들어 대충대충 일을 하게 만들곤 한다. 이런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게 전기사고이다. 시지불견 청지불문(視之不見 聽之不聞). 이는 눈으로 보이기는 하고 귀로 들리기는 하나 마음속에 그림자가 남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는데, 전기사고와 연결을 지어보면 전기설비를 보고도 그 위험성을 마음으로 느끼지 못한다고나 할까. 전기라는 것이 냄새도, 소리도, 색깔도 없기 때문에 보는 것도 어렵거니와 마음에 두기는 더 어렵다. 해서 전기를 경하게 여겨서도 안 되며 하룻밤 묵어가는 객처럼 대접을 해서도 안 된다. 요즘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잦은 비로 인해 습도가 높을 때에는 전기의 위험성이 배가되기에 더더욱 전기설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살펴주어야 한다.

2015년 한국전기안전공사 전기재해 통계 분석에 따르면 감전사상자 수는 총 558명으로 사망 19명, 부상 539명이다. 전년도에 비해 사망자는 줄어들었으나, 부상자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감전사고는 대부분의 사상자들이 착각이나 실수 또는 주변의 위험한 전기설비에 대해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 ‘부주의’와 ‘안전수칙 미준수’로 발생하는 사고이다. 통계를 보면 산업현장인 공장 및 작업장에서 41.6%의 사상자가 감전사고로 발생하였는데, 고정형 설비보다는 이동형 전기기계·기구들을 선호하면서 이루어지는 작업에 의한 사고로써, 접속기구·배선 등의 관리 취약, 산만한 작업환경, 불충분한 안전교육 등에 기인하고 있다.

감전사고가 7·8월에 집중되는 사고특성을 살펴볼 때에도 여름철에 습기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임시 분전반과 임시배선 및 이동형 전기기계·기구들이 산재하고 있는 건설현장을 비롯한 산업현장에서의 전기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것은 전기로 인한 사고를 예방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며, 사망으로 이어 질 수 있는 중대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름철 산업현장에서 감전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리 큰 어려움이 있거나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다. 전류가 설계된 경로로 잘 흐를 수 있도록 길만 터주면 이것으로 만사형통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 번째로 누전차단기의 활용이 중요하다. 전기사고의 다양한 원인 중에서 누전이 당연 주목을 받는다. 누전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데는 누전차단기를 챙겨보는 것이 최선이다. 누전차단기는 이론적 근거부터 기기의 완성도에 이르기까지 보호장치로는 으뜸이다. 최소한 시험버튼을 월 1회 이상 눌러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누전차단기는 자신의 성능을 유지하는 한 감도전류 이상이면 정확하게 동작하여 누전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준다. 두 번째로 전류가 경로 이외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손상된 피복의 절연 성능을 복구하는 것이다. 절연테이프로 감싸거나 충전부가 노출된 설비의 수리 및 교체를 통해 철저하게 전류가 딴 경로로 빠지는 것을 막아주면 된다. 건조할 때는 절연성능이 유지되어 안전할 것 같더라도 여름철에 습도가 높아지면 상황이 달라져 전기가 새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하며, 특히 호우가 집중되어 침수가 될 때에는 어떠한 전기설비도 절연성능을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장마철이나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때에는 전기설비의 침수를 막는 것이 최상이며, 침수지역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보호장치의 동작여부를 확인하여 전기로부터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여름철 전기사고 예방에 필수적이다.

감전사고는 행동수정의 여유가 없으므로 철저한 사전예방이 최선이다. 침수지역에서가 아니더라도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불수 전류 이상의 전류가 인체에 흐르기 쉬우며, 이는 감전 시에 혼자 스스로의 힘으로 탈출이 불가능하여 최악의 경우를 당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계절보다 여름철에 감전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고 여름이 완전히 지나가기까지 사고예방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물론 가을, 겨울, 봄에도 전기안전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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